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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현실' 우리나라 임금체불 일본의 10배

입력 : 2016.09.04 08:09|수정 : 2016.09.04 08:09


우리나라 임금체불액이 경제규모가 훨씬 큰 일본의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임금체불 규모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최대 수준이다.

임금체불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업주들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에서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근로자는 29만 2천558명, 체불된 임금 규모는 1조 3천195원에 달했다.

연도별로 차이는 있지만, 체불임금 규모는 2009년부터 매년 1조원을 넘었다.

이는 이웃 나라 일본과 비교했을 때,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큰 금액이다.

2014년 일본의 임금체불 근로자는 3만 9천233명, 체불액 규모는 131억 엔이었다.

100엔당 1,100원가량인 환율을 적용하면 원화로 1천440억원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체불임금 규모가 일본의 10배에 가깝다는 얘기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규모 차이를 고려하면 우리나라 임금체불의 심각성은 더 커진다.

2015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조 3천779억 달러로 일본(4조 1천233억달러)의 3분의 1 수준이다.

경제규모가 일본의 3분의 1임에도 임금체불액이 10배에 가깝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우리나라의 체불액이 일본의 30배에 육박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나라 임금체불이 이처럼 일본보다 훨씬 많은 것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 일본의 고용시장이 우리나라보다 좋다는 점이 꼽힌다.

일본은 베이비부머가 대거 은퇴하고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 탓에 구인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으면 구직자를 구하기 힘들다고 볼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진 강소기업이 많다는 점도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 하도급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이 많다 보니, 대기업이 일방적인 납품단가 인하 등 '갑질'을 하면 그 피해가 하청업체의 인건비 감축 등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러한 요인들만으로 일본의 10배에 가까운 우리나라 임금체불 규모를 설명하기는 힘들다.

이승욱 이대 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임금체불 규모는 일본보다 훨씬 많은 것은 물론 미국, 유럽 등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세계 최대 규모"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근로자 임금체불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우리나라 노동시장 문화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 근로감독관은 "상당수 사업주가 경기가 나빠지면 직원들 월급은 주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하고 있다"며 "더구나 회사 사정이 그리 나쁘지 않음에도 고의로 임금을 체불하는 사업주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의·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사업주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6월 구미에서는 근로자 54명의 임금 7억 4천만원을 체불해 개인 건물 신축과 상가 매입 등에 쓴 제조업체 회장 이모(69)씨가 구속됐다.

고급 아파트와 호화 주택, 외제승용차를 소유한 그는 호화 주택의 나뭇값으로만 1억원을 넘게 썼다.

일부 근로자는 몸이 아프거나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생계 위협까지 받는 실정이었다.

7월에는 원청업체에서 받은 돈 1억 8천만원 중 1억 4천만원을 빼돌려 개인 빚을 갚은 조선사 협력업체 대표 김모(43)씨가 구속됐다.

근로자 50여명의 임금 2억 8천만원을 주지 않은 상태였다.

8월에는 회사 재산 대부분을 빼돌린 뒤 도주하고서 2억 7천만원을 들여 다른 회사를 인수, 아들 이름으로 경영하던 이모(56)씨가 구속됐다.

직원들의 체불임금은 8억 9천만원에 달했다.

일본에 주재했던 회사원 조모(44)씨는 "일본에서는 사업주가 직원 임금을 빼돌려 개인 빚을 갚거나 다른 회사를 세운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회사가 아무리 어려워도 직원 월급은 반드시 줘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라고 전했다.

임금체불을 감독할 고용부 근로감독관 수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80만 개 사업장을 감독할 우리나라 근로감독관은 1천여명에 불과해 한 명의 감독관이 1천800개 사업장을 감독해야 한다.

이는 근로감독관 수가 1만 7천여명에 달하는 미국 등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수다.

악덕 사업주가 법망을 빠져나가기가 그만큼 쉽다는 얘기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자 생계가 달린 임금은 최우선 변제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업주가 상당수"라며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처벌 강화와 현장 감독인력 증원, 사업주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 등 다각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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