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일 회담을 열어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의 영유권과 양국 간 평화조약 체결 문제 등을 논의했다.
양측은 올해 11월과 12월에 다시 정상회담을 여는 등 논의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마치고 "특히 평화조약(체결 교섭)에 관해 둘이서만 꽤 깊이 있는 논의를 할 수 있었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그는 "(5월 방러 때 합의한) 새로운 접근에 토대를 둔 교섭을 앞으로 구체적으로 추진하겠다"며 "70년 이상에 걸쳐 평화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이런 이상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상끼리 신뢰관계 아래에서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 외에 길이 없다"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는 올해 11월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회를 활용해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하기로 했으며 12월 15일에 푸틴 대통령이 일본 야마구치(山口)현을 방문해 다시 정상회담을 한다고 밝혔다.
푸틴이 대통령 신분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것은 2005년 이후 11년 만이 된다.
그는 2009년에는 총리 신분으로 일본에 온 적이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이날 정상회담 뒤 양국이 평화조약 체결 협상을 계속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일본이 쿠릴열도에서 러시아와 공동 경제활동을 벌이는 문제와 인적 교류 관련 문제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5월 러시아 남부 도시 소치를 방문한 아베 총리가 푸틴 대통령에게 8개 항목의 경제 협력 방안을 제안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양국의 대규모 협력 프로젝트들이 푸틴의 12월 방일 기간에 공개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 앞서 전날 블룸버그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쿠릴 4개섬을 둘러싼 일본과의 영토 분쟁을 해결하고 평화조약을 체결하길 바란다는 견해를 밝혔다.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8개항 경제 협력 방안을 더 구체화할 생각을 러시아 측에 전하고 이를 토대로 영토 문제를 포함한 평화조약 체결 교섭을 진전시키려는 의향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일 회담에 앞서 "러일 경제계가 협력을 추진할 의사를 정치적 수준에서 떠받치는 것이 중요하다"며 8개 항 경제 협력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고 싶다"고 반응했다.
교도통신은 쿠릴 4개 섬 가운데 시코탄도(色丹島)와 하보마이(齒舞)를 먼저 일본에 넘겨주는 구상에 관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본 측은 1956년 발표된 소일(蘇日)공동선언에서 "평화조약 체결 후에 (4개섬 가운데) 시코탄도, 하보마이 두 섬을 인도한다"고 합의했으므로 평화조약 체결과 섬 반환 협상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과 러시아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권력 공백기를 기회로 활용해 푸틴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11월에 미국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고 내 1월에 새 대통령이 취임한다.
크림반도 점령·합병, 시리아 정부군 지원 등의 문제로 러시아와 대립하는 미국은 푸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는 것에 사실상 반대해왔다.
아베 총리는 작년에 푸틴 대통령을 초청하려고 했으나 미국의 입장을 고려해 보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