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사회

상자 1만 3천 개 내려야 7만 5천 원…땀에 젖은 추석 택배 알바생들

이정국 기자

입력 : 2016.09.02 09:38|수정 : 2016.09.02 09:52


"취업하기 전까지는 추석도 없어요."

어제(1일) 저녁 7시 경기도 광주시 소재 한 택배업체의 집배센터에는 택배 차량이 쉴 새 없이 드나들어 후진할 때 나는 "삐∼삐∼" 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차량이 도착하면 어김없이 온몸에 땀이 젖은 20대 청년 두 사람이 올라타 택배 상자를 내려 하차 컨베이어에 올립니다.

그러면 숙련된 30∼40대 근로자들이 지역별로 부여된 코드 번호에 따라 분류 작업을 해 나갑니다.

이곳에서 취급하는 경기 광주·성남의 택배 물량은 평소 하루 평균 4만∼4만 5천 상자 수준.

추석을 앞둔 지난달 30일부터 '특별수송기간'을 맞은 뒤부터는 용인 지역 물량까지 맡게 돼 하루 취급하는 택배 물량이 11만∼11만 5천 상자로 크게 늘었습니다.

택배 차량이 들어올 수 있는 상·하차대 22곳 중 9곳만 가동되던 것이 이제는 사실상 '풀가동' 입니다.

집배센터는 33명의 현장 근로자만으로는 버틸 수 없어 50명이 넘는 단기 아르바이트를 채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는 노동 강도가 높기로 소문이 나 있습니다.

하차의 경우 한 사람이 1시간당 1천 200개의 상자를 내려야 합니다.

3초에 상자 하나씩 옮겨야 합니다.

잠시도 숨돌릴 틈이 없습니다.

상자 안에는 생수가 가득 실려 있을 수도 있고, 전자 제품이 담겨 있을 수도 있어 무게는 예측할 수도 없습니다.

나이든 사람들은 감당하기 힘든 작업입니다.

집배센터의 단기 알바에게는 택배를 싣고 내리는 일 외에 다른 작업은 없습니다.

이런 단순 반복 작업을 오후 7시부터 이튿날 오전 6시까지 지속해야 합니다.

고된 노동에 지원자가 없을 법도 하지만, 한가위를 앞둔 집배센터는 한 푼이 아쉬운 청춘들로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대학교 3학년인 강모(28)씨는 "일당으로 7만 5천원을 쳐주는 곳은 거의 없다. 한 푼이라도 돈을 더 벌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며 "하루를 일하면 하루를 쉬어야 할 정도로 힘들지만,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 없는 처지인데 몸 힘든 게 대수겠느냐"고 털어놨습니다.

또 다른 알바생인 대학교 2학년 김모(27)씨는 "취업 전까지는 추석도 없다. 내내 아르바이트하고, 연휴에는 푹 쉬면서 재충전할 생각이다"라며 "가족끼리 모여 '누가 대기업에 갔다더라'는 등의 얘기를 듣는 것도 지겹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취업'이라는 꿈을 이룬 뒤 추석 때 당당하게 큰집에 갈 것"이라며 "지금 몸은 좀 힘들지만, 이곳에서 열심히 일해 돈을 모아두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집배센터 관계자는 "최근에는 한꺼번에 6명이 일을 하다가 힘들어 도망쳐 버렸다. 택배 상·하차는 그 정도로 노동 강도가 세다"며 "그러나 인력 수급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지원자가 많아 오히려 인원이 넘칠 때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원자는 20∼30대 취업준비생이 주를 이룬다"며 "특별수송 기간에는 일당을 30%가량 인상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