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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3대가 공부한 '수학의 정석'…50년 전 창간 이야기

안현모 기자

입력 : 2016.09.02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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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모르시는 분 거의 없죠? 지금도 수학 참고서의 독보적인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수학의 정석>입니다.

다른 참고서보다 가로 세로는 짧고 두께가 두툼해서 책상 위에 올려놓고 베개로도 사용했던 기억, 저만 있는 건 아닐 텐데요,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손자 손녀까지 3대가 공부한 이 <수학의 정석>이 처음 세상에 나온 건 1963년입니다. 올해로 탄생 50주년을 맞아, 저자 홍성대 선생을 조정 기자가 만나고 왔습니다.

[홍성대/'수학의 정석' 저자 : 젊었기 때문에 혼신의 힘을 다 쏟을 수 있는 그런 열정도 있었지 않느냐. 한없이 나한테 사랑을 주시는 독자들 참 고맙죠.]
 
1937년생, 올해로 여든 살인 홍성대 선생은 <수학의 정석>을 27살에 쓰기 시작해 30살에 완성했습니다.

서울대 수학과에 재학 중이던 당시 빠듯한 가정 형편 때문에 중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바쁘게 학원이나 과외 교습을 했는데, 괜찮은 수학 교재에 대한 갈증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수학의 원리를 제대로 알려주는 참고서가 없다는 게 못내 아쉬웠던 겁니다.

직접 책을 써야겠다 결심한 그는 일단 지금은 사라진 광화문 일대 서점들을 샅샅이 뒤졌다고 합니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 해외 교과서를 구해 다양한 문제를 수집하기 위해서입니다.

스스로 창조한 문제도 양이 엄청났는데 문제를 만들다가 이제 잘 시간이 되었겠거니 하고 시계를 보면 새벽 서너 시가 훌쩍 넘겨 있는 날이 비일비재했을 정도로 집필 작업에 완전히 빠져 있었다고 고백했습니다.

[홍성대/'수학의 정석' 저자 : 볼펜을 딱 들면 그렇게 행복해요. 그냥 그 원고지를 메워 나간다는 그 마음이. 그리고 하나하나 페이지를 완성하는 그 기분이 아주 행복해서 그러다 보면 밤을 새우고요 완전히.]

그렇게 해서 출간된 <수학의 정석>은 5천 권만 나가도 대 히트라고 했던 시절에 초판만 3만 5천 권을 판매하며 서점가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심지어 이후 숱하게 교육과정이 바뀌었어도 약간씩 개정을 거치며 승승장구했습니다.

얼마 전 새로운 집필진을 구성하기 전까지만 해도 본인이 직접 개정에도 참여했는데, 밥을 먹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좋은 문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수시로 메모해두었다가 활용했을 정도로 몰두해서 오죽했으면 목디스크까지 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9시간에 걸친 수술 도중 중간에 호흡이 멎는 바람에 열흘가량 중환자실 신세를 졌으니 죽었다 깨어난 거나 다름없는 위기도 겪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입시제도의 변덕 속에서도 시험에 대비하는 쪽으로만 책을 개정하지 않았고 문제 유형은 조금 바꾸더라도 학생들의 논리적 사고를 키우겠다는 궁극적인 목표와 혼자서도 쉽고 재미있게 수학에 다가설 수 있도록 안내하겠다는 철학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요즘의 수능이 문제 풀이 과정이나 논리력은 평가하지 않고 오로지 정답만을 찍어내면 그것으로 족하니 수학 교육을 망치고 왜곡시키고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홍성대/'수학의 정석' 저자 : 오지선다형으로 딱 바꿔서 '다섯 중 하나, 하나 동그라미 쳐라'. 그것도 2분에 또는 3분에 한 문제씩 풀라고 하고요.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문제 유형을 전부 다 경험해야 하고 접촉해야 하고, 그놈을 반복 연습을 해야 하고 그게 우리나라 수학 교육이거든요.]

홍성대 선생은 고집스럽게 원칙을 지킨 이 책 한 권으로 학습지 재벌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쌓은 부를 그가 하고 싶어 했던 교육사업에 쏟아부어 전주의 명문 상산고등학교를 설립해 후학을 양성하는가 하면 요새는 산간벽지 학생들을 위한 자선사업도 펼치고 있습니다.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나 배우고자 하는 욕망을 채우기 힘들었던 자신의 과거를 생각하며 전교생이 50명 전후인 오지의 학교들을 찾아다니고 용기를 주는 강연도 하고 책도 나눠주고 있는 겁니다. 제목답게 그야말로 수학뿐 아니라 삶의 정석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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