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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남중국해 대립에서 화해로…'느긋한' 中, '애타는' 美

입력 : 2016.08.30 10:50

두테르테 대통령, 中에 "형제로 대해달라"…美와는 마약범 즉결처형 '인권 갈등'


▲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필리핀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놓고 중국과의 대립 구도에서 화해 모드로 전환하면서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의 처지가 뒤바뀌었다.

미국이 그동안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패권 확장을 저지하기 위해 일본, 필리핀 등과 구축한 '반중국 대오'에 균열이 감지된다.

필리핀의 마약 용의자 즉결처형을 둘러싸고 '인권 갈등'까지 불거져 미국과 필리핀 사이가 예전 같지 않다.

반면 중국은 필리핀으로부터 양자 대화를 하자는 '러브 콜'을 연일 받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중국을 향해 '형제'라는 표현까지 썼다.

미국의 맹방인 필리핀이 정권 교체와 함께 이처럼 급선회하자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외교적 입지를 넓힐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필리핀을 놓고 이탈을 막으려는 미국, 끌어안으려는 중국의 외교전이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9일 '국가 영웅의 날' 기념식에서 "중국은 우리를 적이 아닌 형제로 대해달라"고 말했다.

이 행사에는 자오젠화 주필리핀 중국대사도 참석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 국민의 곤경에 주목하기를 바란다"며 중국이 실효 지배하는 남중국해 스카보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 해역에서 필리핀 어민들의 조업 허용을 요구했다.

그는 중국의 군사적 우위를 들어 전쟁은 선택사항이 아니라며 양자 대화 의지를 또다시 밝혔다.

필리핀이 완승을 한 남중국해 영유권 국제중재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대화 환경 조성을 위해 중국에 당장 판결 이행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자오 중국대사는 이날 행사 직후 기자들을 만나 두테르테 대통령을 '친구'로 부르면서 중국은 필리핀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자오 대사는 "국제중재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지만, 필리핀과의 대화를 바란다"며 스카보러 암초에서 필리핀 어민들의 조업 허용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필리핀의 외교 기조가 친미에서 벗어나 친중으로 기울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면서 미국이 애가 타게 됐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다음 달 6∼8일 라오스에서 열리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을 처음 대면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남중국해 사태와 관련해 중재 판결의 이행과 항행의 자유 확보를 위한 연대 방안을 논의하며 필리핀과의 동맹 관계 강화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필리핀에서 벌어지는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제기되는 인권침해 우려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져 두테르테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최근 미 국무부와 유엔 인권기구가 필리핀에 마약 용의자 즉결처형을 비판하며 중단을 요구했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인권보다 마약 척결이 중요하다고 일축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5일 "동성애자(게이)인 미국 대사와 싸운 적이 있다", "그는 '개XX'로 나를 화나게 했다"며 5월 대선에 개입했다고 비난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아시아 중시 전략을 펴 온 오바마 대통령에게 임기 말 '두테르테 변수'가 불거진 것이다.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무장관은 최근 로이터 통신에 "중국과 가까운 친구가 되기를 원한다"며 "그렇다고 미국과의 우호 관계를 약화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하며 외교 중심축의 변화를 부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