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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땅에 묘지 설치' 분묘기지권 인정놓고 공개변론 연다

입력 : 2016.08.24 12:02|수정 : 2016.08.24 12:02


묘지를 만들고 제사를 지내기 위해 다른 사람의 토지를 사용하는 권리인 '분묘기지권'을 법적 권리로 인정할지 여부를 두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공개변론을 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다음달 22일 오후2시 대법원 대법정에서 강원도 원주시 소재 임야 소유자 A씨가 B씨 등을 상대로 낸 분묘철거소송 상고심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연다고 24일 밝혔다.

공개변론은 대법원 홈페이지와 인터넷 포털 네이버, 한국정책방송이 생중계한다.

A씨는 B씨 등이 자신의 허락없이 6기의 묘지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묘지를 다른 곳으로 옮기라며 2011년 소송을 냈다.

공개변론에서는 대법원이 판례로 인정해 온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이 여전히 관습법상 유효한 것인지를 두고 원고와 피고 측 대리인과 참고인들이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1996년 타인의 토지에 승낙없이 묘지를 설치했더라도 20년간 평온하고 공연하게 묘지를 관리·점유했다면 지상권과 유사한 관습상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다고 판결했다.

특히 대법원이 이 판결에서 별도의 약정이 없었다면 토지 소유자는 토지 사용료도 청구할 수 없다고 판결해 사실상 무상으로 타인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리를 인정했다는 논란을 불렀다.

이후 2001년 묘지의 설치기간 등을 규정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이 시행되면서 분묘기지권에 대한 대법원 입장이 수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장사법은 묘지의 설치기간을 기본 15년으로 규정하고 3번에 걸쳐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해 최장 60년간 분묘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허락없이 묘지를 설치한 경우에는 토지 소유자에게 토지의 사용권이나 묘지 보존을 위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도록 했다.

이후 장사법은 한차례 개정을 통해 묘지의 기본 설치기간을 30년으로 정하고 1회에 한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상황 변화를 감안해 지난해 9월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해 관련 쟁점들을 심도있게 심리한데 이어, 분묘기지권을 둘러싼 다양한 법적 견해를 청취하기 위해 공개변론을 열기로 결정했다.

공개변론에는 오시영 숭실대 국제법무학과 교수가 원고 측 참고인으로 참석해 분묘기지권을 반대하는 법적 논거를 제시할 예정이다.

피고 측 참고인으로는 이진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참석해 분묘기지권을 법적 권리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 예정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공개변론을 통해 청취한 양측의 변론, 민사법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분묘기지권에 대한 사회의 법적 확신 유무, 헌법 등 전체 법질서와의 조화 가능성에 관한 판단 기준을 선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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