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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돌담·자연석 가져가지 마세요"…빗나간 애정에 수난

입력 : 2016.08.24 11:38|수정 : 2016.08.24 11:38


"집 주변 돌담을 제발 가져가지 마세요."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한 가정집 앞에는 집 주변 경계에 쌓은 돌담을 가져가지 말아 달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바닷가 어촌 풍경으로 이름난 제주올레 18코스 인근이다.

바다와 인접한 이 집은 돌담 일부가 이미 헐려 없어졌다.

새로 돌을 가져다 쌓긴 했지만, 과거서부터 써오던 돌담이 사라지면서 고즈넉한 옛 모습은 잃어버렸다.

이 마을 고구봉 이장은 "제주올레길을 걷는 관광객이나 일반 도민 등이 바닷가의 예쁜 돌을 가져가는 일이 많고 일부는 제주 자연석으로 쌓은 집 주변 돌담까지 가져가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마을에서는 지난 5월에도 과수원 주변 경계에 쌓은 돌담 상당 부분이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일도 있어 주민 걱정이 많다.

한 주민은 "독특한 돌이 보이면 조경용으로 가져가거나 건설 붐이 이는 최근에는 건설용 골재로 쓰려고 다량으로 가져가고 있는 것 같다"고 의심했다.

그러나 다른 피해 없이 돌만 없어진 경우 주민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 경찰에 도난 신고를 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에서 집 울타리나 농경지 등의 경계석으로 흔히 볼 수 있는 현무암 자연석을 아무렇지 않게 들고가는 일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다른 지방의 조경업자와 결탁해 무단 반출하는 행위까지 있다.

화산 활동이 만들어 낸 다공질의 현무암은 조경용, 건축용, 관상용, 미용 재료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 4월 조천읍 선흘리 한 과수원에서 자연석을 훔친 이모(59)씨를 붙잡았다.

이씨는 이 과수원에서 일하던 중 높이 1m 크기의 둥근 모양의 돌이 특이해 조경용으로 쓰려고 훔쳤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2007년에는 서귀포시 대포마을 해안의 '개바위'가 도난당했다가 보름여 만에 되찾는 일도 있었다.

서귀포시 대포동 해녀탈의장 앞 공유수면에서 있던 이 바위는 돌의 형태가 마치 '개'(犬)와 흡사해서 이름 붙여졌다.

이 자연석은 길이 2m 높이 1.5m로, 무게가 2∼3t에 달하며, 대포마을의 상징물로 보호·관리돼 왔다.

조경업자가 인적이 드문 새벽에 크레인으로 바위를 무단 채취한 뒤 제주시 내 산간지역 농경지로 옮겨 보관했다.

도외 반출 직전 해경에 적발된 현장에는 개바위 외에도 크기 2m가 넘는 해안 자연석 10여 개와 직경 10cm 크기의 곶자왈 자연석이 담긴 포대(40㎏들이) 700여개 등 50t의 자연석이 발견됐다.

고려 이후 조선 시대까지 제주 해안에 군사적 방어목적으로 쌓아진 환해장성(環海長城)의 돌담들도 해안도로가 뚫리는 등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일부 수석 수집가나 조경업자 등의 표적이 돼 훼손된 지 오래다.

환해장성은 제주시 애월읍과 구좌읍, 서귀포시 남원읍 등 300리(120㎞)에 걸쳐 돌담 성벽으로 쌓았던 것으로 기록돼 있다.

현재는 구좌읍 해원리와 성산읍 온평리 등에 2㎞가량만 남아있다.

제주도는 자연석 도난과 밀반출이 잦아지자 2012년 6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보호규정을 신설하고, 조례를 제정해 보존자원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화산 분출물인 송이와 용암구, 용암 석순, 자연석(직선 길이 10㎝ 이상) 등과 점토 및 모래, 자갈로 이뤄진 퇴적암, 응회암, 조개껍데기, 검은 모래, 등이 보존자원으로 규정돼 다른 지방으로 반출하는 행위가 금지됐다.

무단 반출 시에는 제주도특별법(제358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돼 있다.

다만, 전시 등 향토문화의 교류를 목적으로 하거나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실험용 등 공익성에 부합할 때만 다른 지방으로 반출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중량이 1t 이상이나 100개 이상의 자연석, 중량 100kg 이상의 화산 분출물은 환경보전자문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다른 지방으로 반출할 수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공항과 항만 등에서 보존자원을 도외 반출하는 경우 문화재감정관실과 해양경비안전서에서 허가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고 있으며 무단 반출하려다 회수된 자연석은 제주돌문화공원 부지에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섬은 약 120만년 전 여러 차례의 화산 활동으로 형성됐다.

제주의 기반암은 화강암이지만 그 위로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현무암이 제주 지표면의 90% 이상을 덮고 있다.

제주의 해안은 점성이 낮아 빠른 속도로 흐르는 '파호이호이' 용암에 의해 길고 넓게 퍼져나가 너른 바위 형태로 만들어졌다.

반대로 점성이 많아 늦은 속도로 흐르는 '아아' 용암에 의해 형성된 곳은 날카로운 바위지대가 됐다.

제주 들녘의 돌도 용암 활동으로 큰 돌, 각돌, 둥근 돌, 등 다양한 형태로 제각각 만들어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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