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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주의 친절한 경제] 아기 로션까지…버젓이 팔리는 '살균제 화장품'

김범주 기자

입력 : 2016.08.23 10:55|수정 : 2016.08.2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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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아직도 끝나지를 않고 있습니다. 사회적인 공분이라든지 법적인 분쟁 같은 것들이 아직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 이 와중에 가습기 살균제의 주요 성분이 화장품에도 들어가 있다는 게 확인이 됐다는 말이죠? 이게 일반인들이 알기가 쉽지가 않죠?

<기자>

가습기 살균제의 주요 성분이 영어로 CMIT, 혹은 MIT라고 불리는 것들인데, 약자거든요.

실제 이름은 메칠 클로로 이소치아졸리논, 굉장히 어렵죠.

이게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기억할 방법이 없는데 시중에 팔리는 화장품을 보면 뒤에 성분표시가 있잖아요.

거기 보면 이게 써 있는 채로 팔리는 경우가 아직도 있습니다.

<앵커>

아니 근데 이런 성분을 왜 굳이 우리 몸에 바르는 화장품에다 넣어서 파는 걸까요?

<기자>

이게 가습기 살균제도 살(殺)균, 균을 죽인다고 썼던 거잖아요.

화장품에 넣으면 썩는 걸 막아주는 효과가 다른 것보다 굉장히 좋아서 쓰는데, 문제가 생기니까 1년 전에 정부가 딱 쓰고 바로 씻어 내는 경우, 그러니까 샴푸나 폼클렌징 이런 데 빼고는 살에 닿고 공기에 뿌려지는 화장품에는 이 성분을 못 쓰게 제도를 바꿨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마트나 시장에 나가보면, 지금도 버젓이 그런 제품들이 있어요.

우선 공기 중으로 들이마시는 게 1차적으로 위험한 거잖아요.

그런데 머리에 칙칙 스프레이로 뿌려준다면서 영양분 준다는 헤어 에센스 제품에 아까 말씀드린, 그 메칠 클로로 이소치아 졸리논, 혹은 메칠 이소치 졸리논 저런 게 들어있어요. 마트에서 팝니다.

[마트 직원 : 뿌리시는 타입으로 하시면 손에 안 묻혀도 되기 때문에 필요하신 분들은 많이 찾으세요.]

저희 취재진이 뒤져보니까 화장품 열여섯 가지에서 이 CMIT 성분이 있는 걸로 나왔는데, 저희가 못 찾은 것 중에 당연히 더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우선은 머리에 바르거나 뿌리는 스프레이, 젤, 영양제 이런 것들이 가장 많았고, 피부에 그냥 바르는 것들도 물론 있습니다.

심지어 아기하고 엄마가 함께 바르는 로션이라는 데에 이게 지금 들어있는데, 아기 피부를 보호하고 면역을 기른다고 광고를 하고 있거든요, 딱 가습기 살균제 광고문구 비슷한 건데 저게 지금 10년이 넘게 팔려있어요.

집에도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말씀드린 대로 가습기 살균제는 코로 들이마셔서 폐에서 문제가 된거였잖아요.

그런데 피부에 바르는 것도 지금 보시는 것처럼 일단 오래 바르면 피부가 부어오르고,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 아토피 같은 게 심해질 수가 있고 머리에 바르는 것은 눈에 잘못 들어갈 수가 있는데 이럴 때는 각막을 해치거나 심한 경우에 실명도 가능하다.

이게 미국에서 가장 큰 다우 회사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그래서 이런 성분 화장품이 계속 관리가 안 되고 팔리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큰 문제라고 할 수 있겠죠.

<앵커>

공기 중에 뿌리거나 살에 직접 닿는 경우에는 쓰지 못하도록 정부에서 개정을 했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유통이 된다는 얘기는 이게 막을 수 없는 이유가 있을 텐데요.

<기자>

1년 전에 이거를 써서 화장품을 만드는 걸 금지를 했는데 사실상 팔리는 거는 방법이 없는 거예요.

그 전에 만들어 놓은 거를 갖다가 파는 거는 금지가 된 게 아니에요.

제조회사보고 리콜을 하도록 하긴 했는데 사실은 만드는 회사가 돌아다니는 걸 거둬들이라는, 안 거둬들이면 어떻게 한다는 강제 규정 자체는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서 지금 업체들도 팔리는 건 어떻게 하겠어요, 이렇게 얘기를 하는 측면이 있어요.

이거는 얘기를 한 번 들어보시죠. 저희가 취재를 했습니다.

[제조업체 관계자 : (매장에) 나가 있는 게 일부 걸려서 식약처에서 저희들한테 공문이 와서 왜 옛날 제품이 들어 있느냐고. 그게 아마 옛날에 있던 게 일부 수거를 하는데 다 수거가 안 된 것 같네요.]

그나마 저런 회사들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일부 지금 보시는 회사들은 더 나가서, 하지 말라고 했는데 최근에도 계속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지금 보시는 것처럼 제조 날짜가 올해 거로 지금 찍혀 있잖아요, 관리가 안 되는 거죠.

마음 같아서는 여기서 열여섯 개 제품 이름을 쭉 불러드리고 싶지만, 말씀 드린 대로 파는 게 금지된 게 아니기 때문에 저희가 나서서 이름을 밝히는 건 법적인 문제가 좀 있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특히 식약처가 나서서 이런 건 사지 말라고 널리 알리든가, 아니면 어떻게 거둬 들이던가에 있어서 강제를 하던가 대책이 있어야 될 거 같습니다.

<앵커>

대책이 없는 게 결국은 우리가 그 어려운 이름을 다 외워서 일일이 확인하는 수밖에 없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은 지금 그런 방법밖에 없어요.

주로 머리에 쓰는 용품들, 헤어젤, 영양제 이런 거 새로 살 때뿐만이 아니라 집에 있는 것도 혹시 뒤에 보시고 메칠 어쩌고 이런 게 들어있는지 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다른 화학 물질은 과연 관리를 잘하고 있나 하는 걱정도 되는데 정부가 안 해주니까 소비자가 내 몸 내가 지켜야 되는 상황이 또 반복되고 있습니다.

<앵커>

정부가 해 줘야죠. 그런데 뭐 한동안은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스스로 지키는 수밖에 없습니다. 메칠 클로로 이소치아졸리논. 꼭 외워둬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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