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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시사전망대] "500억 슈퍼컴퓨터 역할 40%…예보관 능력 중요"

입력 : 2016.08.23 09:12|수정 : 2016.08.23 11:37

* 대담 : 공항진 SBS 기상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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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호/사회자:
 
이번 무더위는 도대체 언제까지 가는 것인가. 기상청의 예보도 계속 빗나가는 양상을 보이면서 여러 분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 공항진 SBS 기상전문기자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 공항진 SBS 기상전문기자:
 
네.
 
▷ 박진호/사회자:
 
공 기자님께 따질 것은 아니지만 폭염이 해도 해도 너무하다 싶은데요. 언제 물러가는 겁니까?
 
▶ 공항진 SBS 기상전문기자:
 
시원한 소식 듣고 싶은 분들이 많을 텐데. 다행히 오늘 아침에 예보가 좀 바뀌면서 금요일 비 소식이 등장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폭염 2, 3일 정도 견디면 될 것 같은데요. 목요일인 모레(25일)까지는 계속 좀 덥겠습니다. 하지만 금요일에는 중북부에 비가 오면서 기온이 30도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이 되고요. 비가 오지 않는 남부의 기온도 폭염 특보 기준인 33도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이 되고 있습니다. 북쪽에서 비교적 찬 공기가 우리나라로 밀려오기 때문인데요. 찬 공기가 밀려오면 밤 공기도 내려가서 열대야가 해소될 것으로 보이고요. 폭염 특보도 대부분 해제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다만 기온이 떨어진다고 해서 늦더위가 완전히 가시는 것은 아니고, 9월 초까지는 평균보다 좀 더운 날씨가 이어지겠다는 것이 기상청의 전망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올해 정말 더웠는데요. 기록이 세워진 것 같은데요.
 
▶ 공항진 SBS 기상전문기자:
 
네. 어떤 분들은 올 여름 더위를 기억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끔찍했다고 하시는데. 얼마나 더웠는지는 기록으로도 확인이 됩니다. 특히 수도권 더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낮 더위도 낮 더위지만 밤더위, 그러니까 연일 계속된 열대야에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기온이 25도를 웃돌았어요. 그래서 열대야가 이어졌는데. 8월 들어 22일 째입니다. 열대야가 나타나지 않은 날이 8월 2일 단 하루밖에 없었고, 나머지 22일은 모두 열대야가 이어진 셈인데. 거의 한 달 가까이 잠을 이루지 못했으니까 올 여름 더위가 끔찍할 수밖에 없겠죠. 또 8월 폭염은 최근 40년 가운데 가장 더웠던 1994년과 비교해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습니다. 서울의 경우 8월 평균 최고 기온이 33.6도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거의 매일 35도 안팎의 폭염이 이어진 셈인데. 이 기록은 94년의 평균 33도보다 무려 1.6도가 높은 것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10년여 만에 이렇게 높아질 수가 있나요?
 
▶ 공항진 SBS 기상전문기자:
 
올해는 이례적으로 더위가 수그러들어야 할 8월 하순에 최고 기온이 기록되기도 했는데요. 여름철 최고 기온이 8월 하순에 나타난 것은 지난 1945년 이후 71년 만의 일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기록으로 보니까 우리가 얼마나 올 여름을 힘들게 보냈는지 실감나는데. 올해 이렇게 특별히 더운 이유가 있는 겁니까?
 
▶ 공항진 SBS 기상전문기자:
 
더운 이유는 더운 원인을 제공하는 더운 고기압, 그러니까 우리나라 남쪽에 여름에 더운 고기압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 고기압이 강했습니다. 그리고 오래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인데요. 특히 거기에다가 올해는 중국 내륙의 강한 고기압이 오랜 시간 영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중국 고기압이 우리나라에 열풍을 불어넣고 있어서 이렇게 더운 날씨가 오래 이어지고 있고요. 특히 이 더운 고기압이 비구름이 발달하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로 제대로 된 비구름이 다가서고 있지 못해서 한 달 가량 비가 내리지 않고 있는데요. 8월 강수량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비가 오지 않기 때문에 공기가 식지 못하고, 또 열이 계속 쌓이기만 하면서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진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기압계의 형태가 최근 들어 자주 나타난다는 것인데요. 기록적인 폭염이 여름마다 나타난 것은 아닌지 무척 걱정이 되는 부분입니다. 장마가 이어져야 할 7월에는 우리나라 동쪽에 키가 매우 큰 고기압이 자리 잡으면서 공기 흐름을 막아서 비가 오는 것을 방해하기도 했는데. 이래저래 한반도 기후가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는 것은 아닌지 학계가 우려하고 있습니다.
▷ 박진호/사회자:
 
지금 전기료 내기 힘들어 하시는 우리 서민들. 또 많은 분들이 그러면 매년 앞으로 여름마다 이렇게 더운 것인가. 이런 걱정을 하시는데요. 지금 전세계가 이상 고온에 시달리고 있고.
 
▶ 공항진 SBS 기상전문기자:
 
그러게요. 올해 여름 날씨가 참 심상치가 않습니다. 올 여름 나타나는 이상 기온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닌데요. 미국 서부에서는 기록적인 가뭄 속에 대형 산불이 발생해서 단 하루 만에 서울 여의도 면적의 40배가 넘는 삼림을 태워버리기도 했고. 또 미국 남부에서는 홍수가 발생해서 안타까운 인명 사고가 잇따르기도 했습니다. 또 올 여름 초반, 그러니까 6월 초가 되겠죠. 파리에 기록적인 비가 내려서 센 강이 범람 일보 직전까지 가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중동에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사우디와 이라크 등 걸프 지역을 중심으로 두 달째 가마솥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라크 바스라와 쿠웨이트 미트라바는 54도, 그리고 사우디 제다도 52도까지 기온이 치솟았습니다. 상상할 수 없는 기온이죠.

이 때문에 얇은 천막 하나로 햇빛을 피하는 난민들이 더위와 사투를 벌인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는데요. 문제는 이런 살인적인 폭염이 아예 상시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국제학술지인 네이처에는 80년 뒤에 걸프 지역의 기온이 지금보다 4도 이상 높아져서 결국 사람이 살 수 없는 불모지로 전락할 것으로 전망한 연구 보고서가 실리기도 했습니다. 중동이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으로 전락하면 결국 삶의 터전을 옮기려는 기후난민이 증가할 수밖에 없고, 이 난민은 이후 유럽에 또 다른 위기를 가져다 줄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기후난민이라는 말이 참 다가오네요. 그런데요. 이 시점에서 기상청에 계시는 분들이 고생은 많이 하시지만 참 지적을 안 할 수가 없어요. 올 여름에 무더위 속에 오보가 나면서 곤욕을 치루고 있는데. 이렇게 빗나가는 이유가 뭡니까?
 
▶ 공항진 SBS 기상전문기자:
 
올 여름 참 안타깝습니다. 올 여름 기상청이 그야말로 동네북이 되고 있습니다. 미래의 날씨를 족집게처럼 맞추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은 국민들도 알지만. 그래도 많은 돈과 인력을 투입해서 예보를 하는 상황에 틀려도 너무 자주 틀린다는 것인데요. 올 여름 초반에 장맛비 예보가 아예 빗나가는 경우가 많았죠. 비가 온다고 했다가 안 오는 경우. 또 안 온다고 하면 비가 오기도 하고. 맨날 소나기가 온다고 하는데 어디에 비가 오는지 확인도 잘 안 되고. 이래서 불만이 매우 높아졌었는데요. 최근에는 장맛비에 이어서 폭염 예보도 빗나갔습니다. 폭염이 끝난다는 시점이 계속 늦춰지기만 해서 이번 주 금요일, 토요일 폭염이 물러간다고는 하는데. 사실 끝나는 게 맞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기상청이 일부러 틀리는 것은 아닐 텐데 너무 나무라기만 하는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들리기도 하지만. 국민들의 기대 수준에 못 미치는 기상청의 행보에는 문제가 많아 보입니다. 기상청 예보가 최근 자주 빗나가는 원인은 한반도를 둘러싼 공기들의 움직임에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예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자연의 이해에서 출발하는데. 예전에 쌓아놓았던 경험 법칙들이 최근 달라진 환경 때문에 잘 맞아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죠. 한반도 기후 환경은 변화하고 있는데 예보 법칙이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예보가 자주 빗나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5백억 원이 넘는 슈퍼컴퓨터를 도입했는데도 예보가 너무 많이 틀린다고 국민들의 원성이 높은데요?
 
▶ 공항진 SBS 기상전문기자:
 
네, 슈퍼컴퓨터가 고성능인 것은 맞지만 슈퍼컴퓨터가 좋아졌다고 해서 예보 정확도 가 바로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슈퍼컴퓨터는 놀라운 계산 속도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전 세계 인구가 1년 동안 계산할 양의 데이터를 불과 몇 초 만에 계산해 내는 능력을 가졌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 뛰어난 슈퍼컴퓨터의 능력은 복잡한 미래의 날씨를 계산해 내는데 매우 효과가 높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래 날씨의 요소들을 모두 정확하게 맞출 수는 없습니다. 수학적으로나 물리학적으로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죠. 결국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예보관들의 몫입니다. 현재 날씨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앞으로의 변화에 대한 세밀한 판단이 그만큼 더 중요합니다. 예보에 미치는 영향력을 따져 본 연구 결과, 슈퍼컴퓨터의 역할이 4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는데요, 기상관측과 예보관의 능력이 그만큼 더 많이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기도 합니다.
 
▷ 박진호/사회자
 
기상청 예보가 잘 맞으려면 앞으로 어떤 일들이 필요할까요?
 
▶ 공항진 SBS 기상전문기자:

날씨 예보를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세밀하고 정확한 기상관측이 이뤄져야 하고 이 관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아주 촘촘하게 설계된 수치모델을 슈터컴퓨터가 높은 해상도도 계산해 내야 합니다. 이 슈퍼컴퓨터가 내놓은 미래 기상상황을 경험이 많은 예보관이 분석해 매우 객관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죠. 한 마디로 기상청의 역량이 지금보다 높아져야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관측분야는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실정에 딱 맞는 수치모델이 없는 상태여서 기상청은 오는 2019년까지 한국형 수치모델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숙련도가 높은 예보관을 키우기 위해서는 현재의 업무 강도를 효율적으로 재조정하고 예보관들의 처우개선을 통해 마음 편하게 예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한 일 가운데 하나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지구촌 기상환경을 효과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인력 확보가 꼭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 박진호/사회자: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SBS 공항진 기상전문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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