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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승부조작 분통…"점수 앞서는데 코치가 기권"

입력 : 2016.08.22 10:40|수정 : 2016.08.22 10:40

피해 선수 부친 "상대편 선수 밀어주기…아들, 학교 선수부 탈퇴"


지난달 인천광역시장기 태권도대회 고등부 경기에서 승부조작이 이뤄졌고 피해를 본 선수가 최근 학교 선수부에서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선수의 아버지는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인천시태권도협회를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A군은 지난달 16일 인천 선학체육관에서 열린 인천시장기 태권도대회 고등부 경기 준결승전에서 14대 7로 상대 선수에 앞섰지만, 경기 도중 기권패했다.

A군의 코치가 경기 중 흰 수건을 매트에 내려놔 기권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태권도 경기에서 코치가 경기장에 흰 수건을 내려놓으면 기권으로 간주한다.

이 코치는 경기 후 A군의 아버지를 찾아가 "상대편 선수의 가정형편이 어렵다"며 "우승해 학비 면제를 받을 수 있게 하려고 양보했다"고 사과했다.

A군에게 밀려 탈락할 뻔한 상대 선수는 결승전에 진출해 우승했다.

A군 아버지는 22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아들이 '밀어주기'를 당했다"며 "신성한 스포츠 경기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밀어주기는 특정 선수가 승리하도록 일부러 경기에서 져주는 것을 뜻하는 스포츠계 은어다.

A군의 코치는 경기 후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의 아버지는 "승부조작 사건이 알려지고 최근 아들을 학교 선수부에서 탈퇴시켰다"며 "오늘부터 집 근처 태권도 학원에 등록해 계속 운동을 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7살 때부터 아들이 태권도를 했다"며 "대학교에 가서 태권도와 관련된 학위를 딴 뒤 해외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길 바랐는데 젊은 학생의 꿈이 짓밟혔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대통령배 대회와 겹쳐 성적이 좋은 학교 선수들 상당수가 인천시장기 대회에는 불참했다"며 "한 경기도 하지 않고 우승한 선수가 있을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졸속으로 대회를 주관한 인천시태권도협회를 조만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생각"이라며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암암리에 이뤄진 승부조작 관행도 드러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2013년 5월에도 전국체전 고등부 서울시 대표선수 선발전에서 승부조작이 일어나 피해 선수의 아버지가 목숨을 끊어 사회적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올해 4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허위로 승단심사를 하거나 태권도 승부 조작에 조직적으로 가담한 혐의(업무방해)로 서울시태권도협회 전·현직 임원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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