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를 상대로 270억 원대 '소송 사기'를 벌인 혐의 등으로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이 오늘(19일) 법원에서 기각됐습니다.
롯데그룹 비리 관련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계열사 현직 사장의 구속영장은 두 차례 모두 기각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는 어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한 뒤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는 등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습니다.
앞서 롯데그룹 비리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 제3자 뇌물교부, 배임수재 등 혐의로 허 사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허 사장은 이미 구속기소된 기준 전 롯데물산 사장과 공모해 2006년 4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허위 자료를 근거로 법인세 환급 신청을 내 법인세 220억 원 등 총 270억 원을 부당하게 돌려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세금 부정 환급 소송과 별도로 개별소비세 대상을 누락하는 수법으로 13억여 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도 있습니다.
검찰은 허 사장이 재임 당시 국세청 출신인 세무법인 T사 대표 김 모 씨에게 국세청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수천만 원을 건넨 혐의를 잡고 제3 자 뇌물교부 혐의를 영장 범죄사실에 포함했습니다.
협력업체에서 사업상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천만 원을 수수한 혐의도 확인됐습니다.
애초 검찰은 허 사장을 구속해 신동빈 그룹 회장의 범죄 연루나 비자금 조성 여부, 롯데케미칼 원료 수입 과정에서 불거진 이른바 '통행세' 형식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었으나 연이은 영장 기각으로 제동이 걸렸습니다.
허 사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에서 넘어와 처음 경영자 수업을 받은 호남석유화학의 창립멤법니다.
그는 신 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돼 이번 사건에서 신 회장 수사의 교두보가 될 수 있는 인물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허 사장은 케이피케미칼 인수 때 롯데 측 인수단장을 맡아 보고를 받고 업무를 챙기는 등 사건의 책임자"라면서, 영장이 기각된 데에 대해 "의문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고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관계자는 "허 사장은 혐의를 부인했지만, 신동빈 회장이 케미칼 대표이사이던 때 벌어진 부분이 많은 만큼 직접 물어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허 사장 구속 여부에 관계없이 신 회장 소환조사 방침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가 시작된 이후 계열사 현직 사장 두 명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되면서 수사에서도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검찰은 지난달 16일 롯데홈쇼핑 재승인 로비 의혹에 연루된 강현구 사장에 대해 방송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 기각에 관계없이 정책본부나 오너 일가에 관련된 수사는 큰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