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사회

[리포트+] "金 못 따 죄송합니다"…메달 따고도 사과라뇨?

윤영현 기자

입력 : 2016.08.20 15:18|수정 : 2016.08.20 15:18


2016 리우올림픽이 어느덧 막바지로 접어들었습니다. 많은 선수들이 ‘올림픽 정신’을 보여주는 감명 깊은 순간을 남겼죠. 중국 수영 선수 푸위안후이(傅園慧)도 경기를 즐길 줄 아는 선수로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지난 8일, 푸위안후이 선수는 배영 100m 준결승이 끝난 뒤 인터뷰를 했습니다. 준결승 기록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그녀는 기자로부터 기록을 전해 듣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죠.

“58.95초라고요? 전 59초에 들어온 줄 알았어요! 내가 이렇게 빨라요? 정말 만족스럽네요.”

‘결승전까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홍황지력(洪荒之力·젖먹던 힘)까지 다 써버렸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솔직히 답했습니다. 준결승 경기가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메달 욕심도 없다고 덧붙였죠.

그다음 날 결승에서 푸위한후이 선수는 2위와 0.01초 차이로 동메달을 땄습니다. 결승전 후 인터뷰에서도 그녀는 ‘동메달이라 아쉽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환하게 웃으며 답했습니다.
“아뇨. 절대 아쉽지 않아요. 은메달을 못 딴 건 제 손이 짧기 때문이에요.”

● “메달을 따지 못해, 죄송합니다.”

리우올림픽 동안 우리나라 선수들에게서 푸위안후이 선수 같은 웃음을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메달을 따지 못한 경우, 인터뷰나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푹 숙인 채 사과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마주해야 했죠.

지난 17일,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66㎏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진 류한수 선수는 ‘죄송하다’는 말을 다섯 번 연거푸 반복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류한수 선수는 2013 세계선수권대회와 2014 아시안게임, 2015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 뛰어난 선수입니다. 이번 올림픽까지 우승하면 한국 레슬링 사상 네 번째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기에 본인의 아쉬움이 가장 컸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경기장 복도에 주저앉아 자책하며 고개를 떨궜습니다.

네덜란드와의 8강전에서 아쉽게 패배한 여자 배구팀도 ‘국민께 죄송하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당일 경기에서 양 팀을 통틀어 최다 27득점을 올린 김연경 선수도 사과의 말을 전하며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많은 관심을 받았기 때문에 좋은 결과로 보답해야 하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해 죄송합니다.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경기 종료 후, 박정아 선수를 향해 비난의 화살까지 쏟아냈죠. 박정아 선수는 네티즌의 악성 댓글에 SNS를 비공개로 전환했습니다.

● 모든 선수가 대한민국의 아들, 딸

과거에는 올림픽과 같은 큰 국제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 국위선양으로 여겨졌습니다. 선수들의 메달과 국가 순위에 따라 여론도 시시각각 바뀌곤 했습니다. 메달을 목에 건 선수는 대한민국의 아들, 딸로 불렸지만, 빈손으로 귀국한 선수들에게는 싸늘한 시선과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죠.

여전히 메달 색깔과 개수에 연연하는 시선은 남아있습니다. 이로 인해 국가대표라는 책임감으로 가장 힘들었을 자신보다, 국민의 실망감을 먼저 걱정해 스스로를 자책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목격되곤 합니다. 하지만 국가를 대표해 최선을 다해 경기하는 모습 자체가 아름답고 격려 받을 일이 아닌가요?

우리나라에서도 올림픽을 ‘축제’로 즐기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선수들이 메달을 따지 못해도 박수를 쳐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전세계인의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을 즐기는 선수와 국민이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