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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공부 뒤처질 수 없어요…악마의 우유에 빠진 아이들

윤영현 기자

입력 : 2016.08.21 10:15|수정 : 2016.08.21 14:56


Q. 안녕하세요. 16살 중학생입니다. 제가 며칠 후 시험이라서 밤을 새워서 공부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오늘 슈퍼에서 밤 새는 데 효과가 좋다는 ○○○○을 마셨죠. 그런데 먹고 나니 너무 힘들어요. 심장이 쿵쾅거리고, 마치 술 마신 것처럼 어지러워요. 속도 안 좋아서 당장에라도 토할 것 같고. 이 글을 쓰고 있는 10분 내내 이러는데. 어떡하면 좋죠? 도와주세요.

한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고민 글입니다. 증상을 보면 탈이 난 게 아닌지 걱정되는 상황인데요. 이 학생이 마신 음료는 무엇일까요?

글을 게시한 학생이 마신 것은 다름 아닌 커피우유입니다. 지난 4월, 인터넷에서 한 편의점의 PB(자체 브랜드) 상품으로 출시된 커피우유가 화제가 됐습니다. 인기 음료로 입소문을 타면서, 커피우유는 대부분은 동이 났고 편의점은 없어서 못 파는 상황에 이르렀죠.

● ’악마의 우유’를 찾는 어린이들

‘악마의 우유’로 불리기도 했던 커피우유가 인기 있는 이유는 고카페인 음료이기 때문입니다. 이 커피우유 500㎖의 카페인 함유량은 237㎎입니다. 에너지 음료 한 캔 250㎖의 카페인 함유량은 약 60㎎입니다. 에너지 음료 두 캔 용량인 500㎖를 섭취해도, 커피우유 한 개의 카페인 함유량 절반 정도에 불과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기준에 따르면, 어린이와 청소년의 하루 카페인 권고량은 몸무게 1㎏당 2.5㎎입니다. 몸무게 30㎏인 어린이를 기준으로, 75㎎이 하루에 섭취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이죠. 고카페인 커피우유는 적정 수준에 3배가 넘는 카페인을 함유한 겁니다.
커피우유는 미취학 어린이도 편의점, 슈퍼마켓에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다른 음료에 비해 카페인 음료라는 인식도 낮은 편이죠. 2015년 미취학 어린이의 주요 카페인 섭취 요인은 유가공품(32%)인 커피우유로 밝혀졌습니다. 탄산음료(24%)와 코코아 가공품류(16%)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 “시험 기간에 뒤처질 수는 없어요!”

학생들에게 카페인 음료는 시험 기간의 필수품이 된 지 오래입니다. 카페인을 섭취하면 신체의 각성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시험 기간이 되면 학생들은 한 시간이라도 덜 자기 위해 커피, 에너지 음료, 커피우유, 수면퇴치 껌 등 다양한 제품으로 카페인을 섭취합니다.

전문가들은 카페인 음료의 각성효과는 인정하지만, 뇌를 지나치게 각성시켜 불면증이나 행동장애, 정서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또한, 심장 박동수를 증가시켜 혈압상승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카페인이 잠을 쫓고 집중력을 향상시킬 수 있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사실 고카페인 음료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점은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도 부작용에 대해 인지하고 있죠. 학생들은 카페인을 과다 섭취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고도 섭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잠 자는 시간을 줄이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겁니다.
[카페인 음료를 자주 섭취하는 고등학생]
“학교 일과를 마치고 학원까지 다녀오면, 밤 10시가 넘어요. 그때부터 또 학원 숙제하고 복습해야 하는데, 잠 잘 시간이 어디 있나요? 다들 시험기간에는 에너지 음료 3캔, 4캔씩 마시면서 버텨요. 편의점에서 여러 개 사서 나눠 마시기도 하죠. 자주 마셔서 요즘에는 효과가 없는 것 같기도 한데, 안 마시면 왠지 불안해요.”

● 광고를 줄이면 달라질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4년부터 고카페인 음료의 판매와 광고를 제한하는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 시행령'을 시행했습니다. 시행령에 따라, 1㎖당 카페인이 0.15㎎ 이상 들어간 음료는 학교 내 매점과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우수판매업소에서 판매할 수 없죠.

‘악마의 우유’로 어린이와 청소년의 카페인 과다 섭취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자, 지난달 20일 식약처는 커피우유와 커피 아이스크림 등의 고카페인 유제품 판매와 광고에 관한 개정 고시안을 행정 예고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4일부터 고카페인 유제품은 학교 내에서 판매할 수 없게 되었죠.

이르면 11월부터 오후 5~7시 사이, 카페인이 함유된 유제품 100여 개의 TV 및 라디오 광고도 금지됩니다. 하지만 광고를 제한해 카페인 섭취를 줄이겠다는 발상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광고를 금지하는 오후 5~7시 사이, 중ㆍ고교생들은 주로 학원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TV나 라디오를 접할 기회가 적다는 것이죠. 또 학교 내에서 판매 금지되더라도 학원가와 학교 밖에서는 고카페인 음료를 쉽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교문만 나서면 얼마든지 살 수 있는 겁니다.
시험기간마다 카페인 음료를 섭취하면서도, 몸에 이상이 생길까 두려워 인터넷에 질문하는 아이들. 어쩌면 카페인 섭취에 대한 실질적인 고민은 아이들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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