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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였던 남수단 마라토너 "조국 위해 달린다"

입력 : 2016.08.18 17:43|수정 : 2016.08.18 17:43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사상 첫 선수단을 보낸 남수단은 마라토너 구오르 마리알(32)에게 기수의 영광을 선사했다.

마리알에게는 이번이 2012 런던올림픽에 이어 두번째 올림픽이다.

그러나 당시 특정 국가에 속하지 않은 '독립선수' 신분으로 출전했기 때문에 조국을 대표해 나서는 이번 올림픽이 그에게는 특별할 수 밖에 없다.

18일 로이터 통신은 다른 어떤 선수보다 더 벅차는 마음을 안고 리우를 찾은 마리알의 파란만장한 삶을 소개했다.

마리알은 남수단 독립운동이 시작될 때쯤 남수단 쪽 지방에서 태어났다.

마리알이 어렸을 때 그의 부모님은 그를 하르툼이라는 지역에 사는 삼촌에게 보냈다.

그곳이 더 안전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마리알이 하르툼에 도착하기까지는 3년이 걸렸고, 가는 동안 그는 수단 군인에게 잡혀 그 집에서 강제로 노역하기도 했다.

마리알은 1999년 수단 군인들이 그의 삼촌 집을 공격하고 자신을 총으로 때리자 이집트로 도망갔다.

16세이던 2001년에는 미국으로 건너갔다.

도망다니던 기억 때문에 다시는 뛰지 않으려 했으나, 그의 재능은 곧 코치들의 눈에 띄었다.

아이오와 주립대 재학 중 처음 도전한 마라톤 경기에서 런던올림픽 출전자격을 획득한 그는 수단 측으로부터 출전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러나 내전 과정에서 수단 군에게 가족·친지 28명을 잃은 마리알은 이를 거절했다.

남수단은 2011년 독립했으나 당시 신생국이 올림픽에 선수를 파견하기 위해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가입 후 2년이 지나야 한다는 규정에 발목이 잡혔다.

그래서 마리알은 독립선수로 런던올림픽에 나서야 했다.

런던올림픽 후 마리알은 고향으로 돌아가 20년 만에 부모님을 만났다.

그는 당시 "어머니가 처음에는 나는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쳤으나 나중에 알아보시고는 기절하셨다"며 "내가 어머니를 안아들었더니 어머니가 '정말 너냐'고 계속 물어보셨다.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마리알의 최고 기록은 2시간 13분 남짓이다.

이번 시즌 경기 결과도 좋지 않아 리우올림픽에 나서지 못할 뻔했다.

하지만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배려로 극적으로 도달한 리우에서 그는 다른 2명의 선수와 함께 당당히 조국 남수단의 유니폼을 입었다.

남수단은 독립의 기쁨을 얼마 누리지 못하고 2013년 내전에 돌입했다.

지난해 8월 휴전 합의로 분쟁이 일시적으로 멈췄으나 올해 7월부터 다시 격화되고 있다.

이런 조국의 상황을 안타까워하면서도 마리알은 "남수단 조끼를 입고 출발선에 서는 기분은 환상적일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위해 목숨을 잃었다. 그 자유가 바로 내가 달리는 이유이고, 조국을 대표하고 싶은 이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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