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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자금 명목…타당 1억 원 '져주기' 사기골프

김광현 기자

입력 : 2016.08.18 16:04|수정 : 2016.08.18 16:15


28억 원짜리 땅을 140억 원에 팔아주겠다고 중소기업 대표를 속여 타당 최대 1억 원짜리 져주기 골프를 치게 해 40억 원을 가로챈 일당이 검찰에 붙잡혔습니다.

건설자재 사업을 하는 65살 A씨는 2007년 부동산중개업자 53살 김모 씨 소개로 충남에 땅을 사서 공장을 지었습니다.

김씨 소개로 28억 원에 산 공장 터가 70억 원 정도로 가치가 상승하자 A씨는 김씨를 전폭적으로 신뢰했습니다.

연간 수백억 원대 매출을 올리던 A씨는 2009년 미국 대형 건물에 건축자재를 납품하게 되면서 공장을 확장해야 했고, 급히 땅을 팔아야 했습니다.

중개업자 김씨는 "대기업에 땅을 140억 원에 팔 수 있다. 대기업 임원들을 상대로 한 로비자금이 필요한데 현금으로 주면 안 받으니까 내기 골프를 쳐서 잃어주면 자연스럽게 로비가 된다"고 A씨를 속였습니다.

A씨도 로비자금으로 40억 원을 쓰더라도 28억 원 짜리 땅을 140억 원에 팔면 70억 원 이상 이득을 볼 수 있으므로 크게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김씨는 비서를 시켜 대기업 임원 행세를 할 사람 6명을 모았고, 골프사기 전력이 있는 사람들도 일부 포함됐습니다.

김씨는 가짜 대기업 임원 6명을 3팀으로 나눈 다음 A씨를 끼워 넣어 팀별로 따로 '져주기 골프 내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한 타에 50만 원으로 시작했던 판돈은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으로 늘었고, 최대 1억 원까지 규모가 커졌습니다.

A씨로서도 어차피 줘야 할 돈이니 판돈을 키워 빨리 로비자금을 주면 토지매매 계약이 빨리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큰 의심을 하지 않았습니다.

A씨는 평균 타수가 80대 중반으로 수준급 골프 실력을 지녔지만, "골프 내기에서 돈을 잃어 로비자금을 줘야 땅을 팔 수 있다"는 김씨의 말에 속아 일부러 OB를 내거나 퍼팅 실수를 하면서 돈을 잃어줬습니다.

골프 경기가 끝나면 각자 타수 차이에 판돈을 곱해 A씨가 김씨에게 계좌로 송금했습니다.

한 번에 3억 원을 송금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수법으로 김씨 일당은 3팀으로 나눠 A씨와 4년 동안 20여 차례 골프 라운딩을 하면서 40억 원이 넘는 돈을 받아 챙겼습니다.

김씨 등 사기조직은 A씨가 토지계약 체결이 미뤄지는 것을 의심하면 이전할 공장 터라며 땅을 보여주기도 했고, 그럴듯해 보이는 사무실로 불러 회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4년 넘게 40억 원이 넘는 돈을 쓰고도 토지매매계약이 이뤄지지 않자 A씨는 2013년 7월 김씨와 다른 공범 1명을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부산지검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사기 혐의로 김씨와 공범 2명을 구속기소 하고, 다른 공범 3명을 불구속 기소했으며 달아난 공범 3명을 지명수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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