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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가면 박해 받아"…'동성애 알제리인' 난민 인정될까

김광현 기자

입력 : 2016.08.18 09:07|수정 : 2016.08.18 09:07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난민 신청을 한 알제리 남성이 1심에서는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으나 2심 법원에서는 기각돼 출국당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이 남성은 대법원 판단에 따라 국내 3번째 '동성애자 난민'으로 인정받거나, 아니면 동성애를 죄악으로 여기는 조국으로 강제 송환돼야 합니다.

알제리인 42살 A씨는 2010년 8월 한국에 입국해 3년 뒤인 2013년 11월 청주외국인보호소에 난민 신청을 했습니다.

자신을 동성애자라고 밝힌 A씨는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 알제리로 돌아가면 박해를 받을 위험이 있다며 난민으로 받아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인구의 99% 이상이 수니파 무슬림인 알제리는 형법상 동성애를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무슬림 율법인 샤리아법에서는 동성애를 죄악으로 간주, 보복이나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씨도 "알제리에 있을 때 동성애 성향 때문에 폭행이나 감금을 당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한국에 온 후 누나로부터 이미 고향에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소문이 퍼졌다는 얘기를 들었고, 알제리 대사관에서도 이 사실을 알게 돼 더는 돌아갈 수 없는 처지가 됐다"고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보호소는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서 정한 난민 인정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다며 A씨의 신청을 불허했습니다.

그러자 A씨는 지난해 1월 청주외국인보호소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동성애 혐오적 폭력 등으로부터 알제리 정부의 사법적 보호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이고, 소송 제기로 알제리 대사관이나 정부에 동성애자인 사실이 알려진 만큼 박해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난민의 기본적인 권리와 자유의 광범위한 행사를 보장하고자 하는 난민 협약 취지상 박해받을 우려로 자신의 성 정체성을 외부에 표현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박해라고 볼 수 있다"며 A씨의 난민 지위를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청주외국인보호소장의 항소를 받아들여 A씨의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가 동성애자인 것은 인정되지만 이로 인해 자국에서 박해를 당했다는 그의 주장을 모두 믿을 수 없고, 불법 체류 중 단속에 적발되자 뒤늦게 난민 신청을 한 점도 진실성에 의심이 간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A씨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 하더라도 가족들과 떨어진 알제리 내 다른 곳에 정착해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게 A씨에게 지나치게 불합리하고 가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A씨는 항소심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국내에서는 동성애를 이유로 2010년 8월 파키스탄인 남성과 2013년 1월 나이지리아인 남성이 소송을 통해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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