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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은 했는데…" 납 범벅 우레탄 트랙 '속수무책'

입력 : 2016.08.17 15:08|수정 : 2016.08.17 15:08

"부직포 비싸 맘 놓고 덮지도 못해"…무방비 노출
경기교육청 "모든 학교 교체하려면 최장 1년 걸릴 듯"


여름방학을 마치고 17일 개학한 경기도 수원의 A고등학교 운동장엔 우레탄 트랙을 따라 성인 허벅지 높이로 노란 노끈이 둘러쳐져 있다.

노끈 중간에는 '출입금지'라는 경고문구도 달렸다.

이 주변으로 사람 통행이 잦았는지 노끈을 연결한 플라스틱 말뚝 하나가 구부러져 땅바닥에 닿을 듯 말 듯했다.

트랙 일부 구간은 부직포를 덮어 놓았지만, 노끈에 출입금지 표시가 전부인 나머지 우레탄 트랙의 출입통제는 허술하기 그지없다.

이 학교는 두 달여 전 경기도교육청의 학교 운동장 우레탄 트랙 유해성 검사에서 한국산업표준(KS) 기준 90㎎/㎏의 9배에 달하는 납이 검출됐다.

그 뒤로 우레탄 트랙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체육 활동이 활발한 고등학생의 출입을 일일이 통제하기엔 역부족이다.

이 학교 교감은 "운동장에서 축구시합을 하며 뛰놀다 보면 굴러간 공을 주우러 간다든지 우레탄 트랙을 밟고 지나가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납 1천300㎎/㎏이 검출된 수원의 또 다른 공립고등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학교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우레탄 트랙을 부직포로 덮어두는 것 외에 딱히 대책이 없다"며 "예산도 그렇고 학교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해 우레탄 체육시설이 학생과 주민에게 그대로 노출된 학교도 적지 않다.

유해 우레탄을 차단하려면 부직포 등으로 덮어 놓으면 되는 데, 이 예산이 생각보다 부담돼 덮개를 충분히 구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준치의 150배가 넘는 납이 검출된 성남의 한 초등학교 농구장에는 안내 현수막과 팻말만 있을 뿐 접근 금지선이나 바닥 덮개가 없어 누구든지 출입이 가능한 상태다.

더구나 우레탄 바닥과 운동장 흙이 경계도 없이 뒤섞여 있어 중금속 성분이 운동장이나 인접한 정문 통학 통로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스러울 정도다.

수원의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운동장 진입로 부근 트랙에만 부직포를 조금 깔았는데 100만 원은 족히 들었다"며 "학교 운영비로 쓰기엔 큰돈이라 부담이 돼 트랙 전체를 부직포로 덮지 못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우레탄 교체작업을 위한 예산이 배정되길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지만, 교육청 역시 '예산의 덫'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트랙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납이 검출돼 교체가 시급한 학교가 경기도 내 245곳이지만 도교육청이 교체작업을 위해 당장 투입한 예산은 예비비 20억원 뿐이다.

이는 겨우 31개 학교의 체육시설 41개만 교체할 수 있는 규모다.

도교육청은 추경으로 우레탄 교체예산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마저도 전체 소요예산 307억여원의 절반 정도만 신청한 상태다.

결국, 당장 예산이 투입된 31개 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는 빨라야 올 연말, 최대 1년 뒤까지 예산배정만을 손 놓고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예산이 배정되더라도 우레탄 트랙을 교체하는 업체가 전국적으로 몇 곳 안 되기 때문에 모든 학교의 우레탄 시설이 교체되려면 내년 상반기는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분당을) 의원은 "중금속으로 오염된 우레탄 농구장에서 농구공을 튀길 경우 중금속이 손에 묻고 입속으로 들어갈 수 있어 학생들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크다"며 "우레탄 체육시설의 조속한 철거를 위해 교육부는 교체가 시급한 900여개 학교에 대한 예산 766억원을 추경에 우선 편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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