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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단명한다' 굿 값 4억원 받은 무속인 사기 혐의 '무죄'

홍지영 기자

입력 : 2016.08.16 13:54|수정 : 2016.08.16 14:35


'아들이 단명한다'며 자녀의 생명에 중대한 위험이 닥칠 것처럼 불안감을 조성한 뒤 부모로부터 굿 값으로 수억원을 받아 사기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충남 천안에 사는 A씨는 지난 2006년 말 집에 놀러 온 무속인 B(62·여)씨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2002년 미국에 이민을 가 사는 친구 C(53·여)씨 가족사진을 본 무속인이 C씨의 둘째 아들이 단명할 것 같다고 말한 것입니다.

A씨는 고민 끝에 친구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잘 아는 용한 무당이 그러는데 작은 아이가 오래 살 운명이 아니고, 시댁의 돌아가신 조상들이 아이를 힘들게 한다더라, 궁금하면 전화하라고 하더라"라며 무속인의 전화번호를 가르쳐줬고, 친구는 무속인에게 전화했습니다.

무속인은 C씨와 통화를 하며 "둘째 아이가 단명한다. 조상들의 원한을 풀어야만 아이를 살릴 수 있다"며 불안감을 조성했고, 자녀에게 큰 위험이 닥칠지 모른다고 생각한 C씨는 2008년 3월 6일 방생 기도비 명목으로 80만 원을 보냈습니다.

이때부터 2014년 8월 8일까지 6년여 동안 무속인 B씨는 C씨 가족에게 닥칠 우환·액운 등을 운운하며 굿 값과 제사 비용, 방생기도비, 초 구입비 명목으로 모두 148차례에 걸쳐 4억 5천876만 원을 받았습니다.

무속인 B씨는 또 "내 딸이 서울에서 가게를 여는 데 개업비용이 필요하니 돈을 빌려 달라"며 2014년 4월 16일 1천만 원을 비롯해 모두 3차례에 걸쳐 3천500만 원을 받기도 했습니다.

C씨 가족은 결국 지난해 12월 고소를 했고, 경찰은 무속인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특수사기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무속인 B씨가 무속 행위를 하며 굿 값 등으로 챙긴 4억 5천876만 원에 대해서는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다고 보고, B씨가 딸 개업비용으로 받아 갚지 않은 3천500만 원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형사1단독(임지웅 판사)은 16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B씨에게 징역 6월을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무속 행위는 요청자가 그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얻는 마음의 위안·평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서 요청자가 원하는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다 해도 무속인이 요청자를 속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피해자들이 B씨의 적극적인 속임 행위가 없었음에도 지속해 무속 행위를 부탁하거나, B씨의 무속 행위 제안에 응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굿 값 등 비용이 이례적인 고액이라거나 너무 자주 굿을 시행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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