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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시사전망대] 판사, 의사, 경찰까지…취재기자도 놀란 정운호 게이트

입력 : 2016.08.16 09:11|수정 : 2016.08.16 09:22

* 대담 : SBS 한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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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의 전방위 구명 의혹 로비 수사가 법원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현직 부장판사가 정 전 대표로부터 로비를 받은 정황이 드러나서 수사 선상에 올랐습니다. 올해 4월 구치소 접근 과정에서 정운호 전 대표로부터 폭행당했다며 최유정 변호사가 낸 고소장이 발단이 된 이번 사건. 정운호 게이트로 번지면서 넉 달 넘도록 엄청난 파장을 만들고 있는데요.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경제인, 최유정, 홍만표 변호사 등이 줄줄이 구속된 데에 이어서 법원으로까지 수사의 칼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SBS 사회부 한상우 기자 전화연결 해서 지금까지 수사 진행 상황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한상우 기자.

▶ SBS 한상우 기자:

네. 서울중앙지검에 나와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제(15일) 저희 SBS 8시 뉴스에서 정운호 전 대표가 평소 관리해 온 로비 대상 판사 3명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고 보도를 했던데요. 저도 이 뉴스 봤습니다. 특히 수도권 법원에 근무하는 김 모 부장판사의 경우 상당히 여러 혐의점이 드러났다고요?

▶ SBS 한상우 기자:

네. 말씀하신대로 현직 부장판사 3명을 정운호 대표가 관리해온 것으로 검찰이 보고 수사에 나섰는데요. 정 전 대표가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두 차례나 수사를 받고 이 중에서 한 번은 구속기소되어 징역 8년의 실형까지 살지 않았습니까? 이런 부분 때문에 평소 판사들과의 인맥 관리를 통해서 재판 과정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도록 로비를 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겁니다. 

특히 말씀하신 김 모 부장판사는 상당히 많은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와 함께 동남아 여행을 다녀오고 부의금으로 5백만 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또 고가의 SUV 중고 차량을 5천만 원에 정 전 대표로부터 넘겨받았다고 주장했는데, 사실은 공짜로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게다가 김 부장판사의 딸이 정 전 대표가 후원한 미인 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는데. 이 시기에 활동비 명목으로 1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이 때문에 검찰이 김 부장판사와 가족들의 계좌까지 추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뭐가 참 많네요. 다른 두 명의 부장판사들은 어떤 사람이고 어떤 로비 받았습니까?

▶ SBS 한상우 기자:

네. 다른 두 명의 부장판사 역시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혐의점을 구체적으로 밝히기 조금 조심스러운 점도 있습니다. 그런데 좀 들여다보면 임 모 부장판사의 경우 이미 한 차례 언론 보도가 됐던 인물인데요. 임 부장판사는 지난해 말 정운호 전 대표의 브로커 이민희 씨와 저녁 식사를 한 사실이 드러나 법원에 사의를 밝혔습니다. 임 부장판사가 정 전 대표의 원정 도박사건 항소심 배당을 받기 바로 전 날인데요. 브로커 이민희 씨가 항소심 판결로 로비를 하려고 임 부장판사를 만난 것으로 보고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겁니다. 

또 다른 한 명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A 부장판사인데요. 저희가 영문 이니셜을 쓰면서 특정하지 않는 이유는 이 판사의 경우 동명이인이 많고 평소 정 전 대표와 친분이 두텁기는 하지만 아직 수사 초기 단계라는 점을 고려한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제는 성형외과 원장도 구속수감 됐던데요. 이 사람은 정 전 대표와 무슨 관계입니까?

▶ SBS 한상우 기자:

정운호 전 대표 한 명 선처 받게 해주겠다고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나섰다가 형사처벌을 받고 있는데요. 어제 저녁 강남의 한 성형외과 원장 이 모 씨가 구속수감 됐습니다. 정 전 대표의 판사 로비 창구로 지목된 인물인데요. 이 씨는 해외 원정 도박 사건과 관련해 재판부 청탁 명목으로 정 전 대표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씨가 바로 그 수도권 법원의 김 모 부장판사에게 부의금 500만 원을 전달한 사람입니다. 김 부장판사를 통해 재판부에 로비를 하려 했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구속된 이 씨를 상대로 실제 판사 로비 활동을 했는지, 정 전 대표 측으로부터 받은 돈을 어디에 썼는지 등을 집중 조사할 계획입니다. 이 씨의 조사가 끝나면 김 부장판사부터 차례차례 현직 부장 판사들이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성형외과 원장, 판사 등등 연루된 직업군도 다양한데요. 이 정운호 구명 로비 사건. 지금 정운호 게이트라고 불릴 정도로 확 번지고 있는데. 이 과정을 다시 한 번 정리해 주실까요?

▶ SBS 한상우 기자:

발단은 의외로 사소한 사건이었습니다. 이미 구속된 최유정 변호사가 구치소에서 정운호 전 대표를 접견하다가 변론 비용 문제로 다투고 폭행까지 당했다고 경찰에 고소하면서 시작된 건데요. 이게 올해 4월 일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됐습니까?

▷ 한수진/사회자:

지금 최유정 변호사 수십억 원 수임료 문제가 오히려 불거지면서 구속기소 됐잖아요.

▶ SBS 한상우 기자:

네. 맞습니다. 당시 최 변호사가 받았다는 수임료가 50억 원입니다. 보통 이런 단순 자백 사건 변론의 경우 3백만 원, 많아야 5백만 원이라는 게 이른바 법조시장 가격인데요. 이른바 시장가격의 1천배 이상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것은 단순한 변론 비용이 아니고 로비 자금이라는 의혹이 불거진 겁니다. 그래서 검찰 수사가 본격화 됐는데 이 과정에서 두 명의 법조 브로커가 드러나게 됩니다. 최유정 변호사에게 사건을 알선해 주고 수사관과 경찰에게 로비를 한 역할을 한 브로커 이동찬과 정운호 전 대표의 전방위 로비에 앞장선 브로커 이민희가 등장하는 건데요. 이 두 사람이 구속되면서 수사의 파장이 엄청나게 커진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이민희, 이동찬 이 두 브로커와 연루된 사람들은 이미 상당수가 구속됐는데도 아직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고 있는 거죠.

▶ SBS 한상우 기자:

네. 그렇습니다. 브로커별로 한 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우선 이민희의 경우 고교 선배인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구속기소 됐습니다. 홍 변호사는 이민희 씨의 소개로 정운호 전 대표를 알게 된 뒤에 원정 도박 수사를 무마하고 지하철 역사에 화장품 매장을 입점하려는 청탁 명목으로 정 전 대표에게서 5억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임료를 축소 신고해 10억여 원을 탈세한 혐의도 드러났습니다. 검찰 수사관도 줄줄이 구속됐는데요. 이민희 씨 수사 과정에서 정 전 대표 측으로부터 뒷돈을 받은 검찰 수사관의 혐의가 드러나 두 명이 구속됐습니다. 

다음 이동찬 씨의 경우입니다. 이 씨는 정운호 사건 뿐만 아니라 이숨투자자문 사기 사건의 송 모 대표 변론도 최유정 변호사가 맡게 하고 50억 원의 수임료를 받도록 한 인물입니다. 이 과정에서 주로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로비를 한 사실이 드러났는데요.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이 씨로부터 1억 원대 뒷돈을 받은 혐의로 서울방배경찰서 경정 고 모 씨가 최근 구속기소 됐습니다. 고 씨는 이동찬의 돈을 받고 유사수신 혐의로 송 씨를 입건하라는 검사의 수사 지휘까지 무시하고 미인가 금융업 운영에 따른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만 적용해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결국 이동찬의 로비가 성공한 겁니다. 또 다른 경찰관 두 명도 이동찬의 돈을 받고 각종 사건의 편의를 봐주거나 무마해준 혐의로 최근 구속됐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전방위 로비라는 말이 어울리는 그런 상황인데요. 그런데 정운호 전 대표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경제인 하면 아무래도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겠죠.

▶ SBS 한상우 기자:

네. 맞습니다. 신영자 이사장은 현재 82억 원 가량의 횡령과 배임 수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인데요. 이 수사의 발단 역시 정운호 전 대표입니다. 정 전 대표가 브로커 한 모 씨라는 사람을 통해서 면세점 매장을 확장하고 위치를 변경하려는 로비를 하게 됐는데요. 이 로비 과정에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혐의가 드러난 겁니다. 실제로 신 이사장은 면세점 매장 확장과 위치 변경 대가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로부터 15억 원 가량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습니다.

게다가 다른 화장품 업체와 요식업체로부터도 백화점 입점 청탁과 함께 돈을 받는 등 35억 원 가량의 뒷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고요. 여기에 더해 아들 명의의 유통업체를 실질적으로 경영하면서 딸 3명을 회사 임원으로 이름만 올려놓고 급여를 타내거나 가짜 임직원의 이름으로 급여를 타내 자녀들의 생활비로 사용해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렇게 빼돌린 회사 돈이 2006년부터 10년 가까이 47억 원 정도로 확인됐는데요. 검찰은 신 이사장이 각종 청탁 명목으로 받은 35억 원의 범죄 수익을 환수하기 위해 신 이사장이 소유한 아파트와 토지를 대상으로 법원에 추징보전명령도 청구했습니다. 결국 정운호 전 대표 수사가 롯데 총수 일가 중 처음으로 신영자 이사장을 구속기소하는 결과를 만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참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형사처벌을 받았는데도 정운호 게이트 수사는 아직 진행형입니다. 지금 수사 전망을 한 번 정리해 주신다면 어떻게 말씀 주시겠어요?

▶ SBS 한상우 기자:

네. 아직 부장판사들에 대한 수사가 현재 말씀드린 대로 남아있고요. 정운호 전 대표가 140억 원대의 횡령,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 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정 전 대표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향후 어떤 진술을 하느냐,법원과 수사 과정에서 어떤 진술을 하느냐에 따라 법원의 로비 실체가 더 드러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또 수천만 원대 자산가로 알려진 정 전 대표 주변의 수많은 브로커들과 수사기관 인물들, 심지어 판사까지 얽혀있었던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요. 이 추한 연결의 고리가 어디까지 확장될지 좀 더 두고 봐야 알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추한 연결고리가 어디까지 확장될지. 사실 이 짧은 전화 인터뷰에서도 거론된 사람만 해도 참 여럿입니다.말 그대로 검경유착이라 할 만한데요. 취재 기자로서 이번 정운호 게이트 취재하면서 지금 어떤 생각이 좀 드세요?

▶ SBS 한상우 기자:

저도 사실 이 사건 처음 발단됐을 때 판사 출신 변호사가 전관을 빌미로 돈을 많이 받고, 이런 단순 로비 사건으로 추정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들을 보니까 경찰, 거기다가 지금 말씀드리지는 않았지만 검사 한 명도 정운호 전 대표 측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압수 수색까지 당하고 수사를 받고 있었거든요. 이 검사는 현재 뇌출혈 증세로 병원에 입원이 돼있어서 수사가 진행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 이 검사까지 포함하면 경찰 수사관에서부터 판사까지. 지금 사실 법조와 수사기관 전방에 걸쳐 모든 분야가 연루돼 있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사실 저도 취재 과정에서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예상 못했다. 이런 상황인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잘 들었습니다. SBS 한상우 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SBS 한상우 기자: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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