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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승부 원했던 함상명 "졌지만 기쁘다"

입력 : 2016.08.15 06:43|수정 : 2016.08.15 06:43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꺾었던 장자웨이에게 패배…16강 탈락


한국 복싱의 유일한 올림픽 출전자인 함상명(21·용인대)은 패배를 깨끗하게 인정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자신을 꺾은 장자웨이(27·중국)에게 다가가 먼저 손을 잡아줬다.

그러고는 그 손을 높이 들어 관중들에게 승자가 누구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함상명은 15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리우센트루 6관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남자 복싱 밴텀급(56㎏) 16강전에서 장자웨이(27·중국)에게 0-3(27-30 27-30 27-30) 심판 전원 일치 판정패했다.

2년 전 인천 아시안게임의 '리턴 매치'로도 크게 관심을 끈 경기였다.

함상명은 당시 결승전에서 장자웨이를 3-0 판정승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심판 판정에 대한 논란이 없지 않았다.

함상명도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그런데 함상명이 "실력으로 이긴 경기는 아니었다"고 자신의 입으로 말할 때는 사실 충격적이었다.

함상명은 지난 11일 1회전에서 통과한 뒤 "아시안게임 결승 때 이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장자웨이는 이제 APB 챔피언에 오를 정도로 대단한 선수다. 이번 올림픽 끝나면 프로에 진출한다는데, 아마추어로서 내가 마지막 상대로 남게 하겠다"고 말했다.

함상명은 선수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영광을 맛보게 한 경기에서 실제로는 졌다고 인정할 정도로 솔직하고 당당했다.

결코 쉽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함상명에게 장자웨이와 16강전 목표는 분명했다.

승패가 어떻게 갈리든 논란의 소지가 없는 확실한 경기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날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함상명은 "장자웨이에게 실력에서 졌다. 이 시합에 대해 전혀 불만 없다. 나는 내 한계를 넘어서서 했고,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 아시안게임 때 내가 이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애매하게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깨끗하고 정정당당하게 승부하고 싶었다"며 "그래야 승부가 어떻게 되든 둘 다 마음 편하게 웃을 수 있지 않나 싶었다. 그래서 졌지만 기쁘다"고 말했다.

장자웨이는 인천에서 쓴맛을 본 뒤 국제복싱협회(AIBA)가 창설한 프로 복싱 리그인 APB에 뛰어들어 산전수전을 겪은 끝에 밴텀급 챔피언에 올랐다.

장자웨이는 사실 프로 복서와 다름없었다.

빈틈없는 가드와 날카로운 역습, 노련한 경기 운영은 함상명보다 훨씬 우위였다.

함상명은 체력적인 면에서도 금세 문제점을 드러내며 완패했다.

함상명은 "장자웨이가 괴물이 됐더라. 챔피언인 만큼 챔피언대로 실력이 좋더라. 앞으로 또 붙을 기회가 온다면 다시 한 번 제대로 붙어보고 싶다. 이번에 싸워본 것 정말 재미있었다"고 했다.

그는 장자웨이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한 것에 대해서는 "장자웨이가 나를 목표로 삼아서 APB 챔피언이 됐다고 하더라. 경기가 끝난 후 보니 장자웨이가 기쁜 표정을 짓길래 축하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도 기회가 된다면 출전하고 싶다는 함상명은 이날 경기 후 관중석에서 뜨거운 응원을 보내준 한국 응원 팬들에게 큰절을 올렸다.

한국 복싱의 올림픽 도전은 비록 2회전에서 끝났지만, 함상명의 진정한 스포츠맨십은 깊은 여운을 남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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