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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2관왕 해볼게요" 약속 지킨 남자 궁사들

입력 : 2016.08.13 05:03|수정 : 2016.08.13 05:03


박채순(51) 한국 남자양궁 대표팀 감독이 남자 개인전이 끝날 때까지 취재진에게 쓰지 말아 달라며 신신당부한 얘기가 하나 있다.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김우진(24·청주시청), 구본찬(23·현대제철), 이승윤(21·코오롱엑스텐보이즈)으로 이뤄진 대표팀이 리우 올림픽 남자양궁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 직후였다.

취재진과 만나 8년 만에 단체전 금메달을 수확하기까지 험난했던 과정을 떠올리던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확신을 얻었던 일화를 한 가지 소개했다.

"선수들이 어느 날 저녁에 저를 찾아오더라고요. 그러더니 '감독님, 우리 2관왕 한번 해보시죠'라고 했어요. 그 말을 들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많이 알려졌듯이 한국 양궁은 여자양궁이 세계 무대를 주름잡은 데 반해 남자양궁은 사실 기를 제대로 펴지 못했다.

여자양궁은 이번 리우 올림픽의 새로운 여왕으로 등극한 장혜진(LH)까지 올림픽 2관왕만 해도 7명에 달한다.

단체전 8연패의 위업까지 이뤄냈다.

반면 남자양궁은 2관왕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개인전 금메달리스트가 나오지 않아 애를 태웠던 남자양궁은 4년 전 런던에서 오진혁(현대제철)이 개인전에서 한국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남자양궁은 단체전 준결승에서 미국에 덜미를 잡혀 동메달에 그치며 또 한 번 2관왕 배출에 실패했다.

남자양궁 2관왕 부재는 한국 양궁이 여태까지 전 종목 석권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였다.

박 감독 역시 남자양궁 2관왕에 대한 갈망이 컸다.

한국 양궁의 가장 큰 숙제이기도 했다.

그러나 박 감독은 자칫 선수들이 부담을 가질까 봐 말도 못 꺼내고 냉가슴만 앓았다.

그런데 그런 감독의 고민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선수들이 자청해서 2관왕에 대해 강한 의욕을 보였으니, 박 감독은 선수들이 너무나 고마웠다.

박 감독은 당시 취재진에게 "혹시라도 개인전 전에 기사화되면 선수들이 부담을 가질 수 있으니 개인전이 끝날 때까지는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

한국 남자양궁은 13일 오전 브라질 리우의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구본찬의 금메달로 그 약속을 지켰다.

한국 양궁의 역사를 새롭게 만들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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