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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도 SNS도 못하는 중소 후원업체 불만 폭발

입력 : 2016.08.12 02:32|수정 : 2016.08.12 02:32

공식 후원사만 보호하는 '올림픽 헌장 40조' 보이콧 움직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과 이들을 후원하는 중소 업체가 광고에서는 물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올림픽 마케팅을 펼칠 수 없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미국 일간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11일(현지시간) 전했다.

대회 공식 후원사가 아닌 후원 기업을 올림픽 개막 2주 전인 7월 27일부터 올림픽 폐막 후인 8월 24일까지 미디어에 노출할 수 없도록 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 헌장 40조 때문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유명하지 않은 선수들을 지원해 온 후원 기업들이 선수와 기업 모두에게 악영향을 주는 올림픽 헌장 40조를 조롱하고 보이콧할 움직임을 보인다고 전했다.

올림픽 헌장 40조는 공식 후원사를 보호하고 공식 후원사가 아닌 기업의 앰부시 마케팅을 근절하고자 제정됐다.

SNS로도 범위를 확대해 공식 후원사가 아닌 업체는 올림픽, 메달, 리우와 같은 단어는 물론 기량, 도전, 노력과 같은 올림픽을 떠올리게 할만한 단어도 쓰지 못한다.

올림픽 관련 뉴스를 트위터에서 퍼 나르지도 못한다.

리우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홈페이지에서 소개한 이번 대회 후원사를 보면 크게 4개 부류로 나뉜다.

삼성, 코카콜라, 맥도날드, 제너럴일렉트릭(GE)과 같은 11개 업체는 '월드와이드 올림픽 파트너'로 후원업체 중에서도 으뜸에 자리한다.

은행인 브라데스코를 비롯한 브라질 기업 6곳과 닛산이 리우 올림픽 공식 후원사다.

중국 스포츠 브랜드 361도를 포함한 10개 업체가 리우 올림픽 공식 지원사로 물품 지급과 선수 수송 등을 담당한다.

그 밖에 나이키와 숙박공유 서비스 기업인 에어비앤비 등 30개 기업이 리우 올림픽 공급사 자격을 얻었다.

이런저런 후원 기업은 IOC 올림픽 전체 수입의 약 40%인 2억 달러(약 2천202억 원)를 내고 대회 기간 독점 광고를 한다.

유명 선수들은 부유한 기업의 지원을 받아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지만, 무명 선수가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더라도 이들을 묵묵히 뒷받침해온 군소 업체들은 이를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든 셈이다.

그간 올림픽 헌장 40조에 대한 불만이 많았지만, SNS의 파급력이 날로 커가는 상황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선 선수와 업체의 반발도 더욱 거세졌다는 게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분석이다.

영국 원반던지기 선수인 제이드 랠리는 좋은 성적을 기원하며 자신에게 보내는 선전 기원 문구를 적은 뒤 트위터에서 "브라질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다"면서 올림픽 헌장 40조 탓에 SNS에서도 마음대로 글을 쓰지 못하는 처지를 한탄했다.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에 기반을 둔 스포츠웨어 업체로 선수 12명을 후원하는 브룩스 러닝은 아예 'rule40.com'이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해 올림픽 헌장 40조 폐지를 강력하게 호소하고 나섰다.

이 회사의 수석 마케팅 매니저인 제시 윌리엄스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올림픽 헌장 40조가 무명 선수들을 부당하게 처벌하는 점을 강조하고자 이를 기획했다"면서 "팬과 선수, 기업에 확성기 노릇을 하는 SNS를 활용한 마케팅은 무척 중요하다"며 이를 막은 IOC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IOC는 비공식 후원 기업이 지난 1월 IOC의 사전 승인을 거쳐 각 종목의 대표 선발전이 막을 올린 3월부터 올림픽과 오륜기 등을 제외하고 광고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조항을 완화했지만, 이 역시 유명 선수와 해당 후원사에만 치중한 정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나이키를 추격할 정도로 성장한 미국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는 미국 수영 대표 선발전 때 마이클 펠프스를 앞세운 마케팅을 펼치면서 올림픽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마지막 안녕'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번이 펠프스의 마지막 올림픽 출전이라고 암시한 셈이다.

많은 소비자가 특급 스타 펠프스를 잘 알기 때문에 광고의 의미를 금세 눈치챘겠지만, 인지도가 떨어지는 선수와 그를 지원하는 해당 업체에 이런 전략은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여성 선수 전문 스포츠웨어 회사인 와젤의 최고경영자인 샐리 버거슨은 "후원 기업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선수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고, 후원업체가 없으면 선수들은 돈을 벌 수 없다"면서 선수와 업체에 모두 난감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재로선 선수들이 대규모로 뭉쳐 올림픽 헌장 40조에 도전해야 IOC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IOC가 규정 위반 선수를 대회 출전 금지, 메달 박탈 등으로 엄격하게 규제하지만, 각 종목에서 영향력이 큰 선수들이 다 함께 뭉친다면 이들을 모두 제재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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