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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동이다"…안성 부부 살인사건 해결한 형사의 '촉'

홍지영 기자

입력 : 2016.08.11 10:49|수정 : 2016.08.11 11:38


경기 안성의 한 단독주택에 침입, 부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불을 지르고 달아난 현직 소방관 검거 과정에서는 형사의 '촉'이 사건 해결의 성패를 가름했습니다.

10일 오후 4시 40분께 안성경찰서 형사과 김동운 팀장(경위)과 신동원 형사(경장)는 이번 사건의 최초 신고자인 소방관 최모(50)씨가 자살하려는 것 같다는 가족의 신고를 받고 안성의 한 아파트에 도착했습니다.

이미 다른 경찰관들이 최씨 차량 주변을 현장 보존한 상태에서 최씨가 어디 있는지 찾고 있었고, 최씨의 차는 아파트 202동과 203동 사이 주차장에 세워져 있었습니다.

거리상으로 볼 땐 203동이 좀 더 가까웠지만, 신 형사는 왠지 202동에 최씨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신 형사는 "202동 복도는 최씨의 차가 주차된 주차장 쪽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203동 복도는 그 뒤편 아파트와 마주 보고 있어 왠지 202동에 최씨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단지 '촉'이 그랬다"고 전했습니다.

동료 경찰관들이 관리사무소에 CC(폐쇄회로)TV를 확인하러 간 사이, 신 형사와 김 팀장은 급하게 202동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습니다.

꼭대기 층인 15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이들은 복도 난간 밖으로 이미 한쪽 다리를 넘겨 뛰어내리려는 최씨와 맞닥뜨렸고, 둘은 순간적으로 뛰어가 최씨의 손을 붙잡았지만 최씨는 손을 비틀어 빼버렸습니다.

형사의 손을 뿌리치면서 생긴 반동과 머리가 뒤쪽으로 향하는 무게중심 덕에 최씨는 14층 복도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형사들은 번개처럼 14층으로 뛰어 내려갔지만 이미 최씨는 또다시 난간 바깥쪽으로 넘어간 상태.

형사들은 다시 최씨의 손을 잡았고 이번에도 최씨는 손을 비틀어 빼면서 바로 전과 똑같이 최씨는 13층 복도에 떨어졌습니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아래층에 뛰어 내려간 신 형사는 또 난간으로 넘어가려는 최씨의 가슴을 끌어안아 복도 안쪽으로 함께 넘어졌습니다.

최씨가 두 차례나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과정은 단 5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신 형사와 김 팀장이 203동으로 올라갔다가 5분만 늦었다면, 부부 살인 사건의 내막을 영영 밝혀내지 못할 뻔 했습니다.

오후 4시 50분 형사들과 13층에서 아래로 내려오던 중 최씨는 "도박 빚 때문에 일을 벌였다"며 범행을 자백했습니다.

형사들은 최씨가 제초제를 소량 마셨다는 점을 감안해 바로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최씨는 지난 1일 오전 3시께 안성시 A(64)씨의 집에 침입, A씨와 부인(57)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집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최씨가 범행에 이용한 흉기와 둔기는 A씨 집에서 직선거리로 200m가량 떨어진 도로변에서 발견됐는데 흉기 등에서는 혈흔반응이 나왔습니다.

최씨는 당초 A씨 집 화재 상황을 처음 신고한 이웃으로, 도박 빚 때문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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