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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일본 아키히토 일왕이 생전에 왕위를 왕세자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글로벌 뉴스, 오늘은 일왕의 '생전 퇴위' 소식과 이를 둘러싼 일본 정치권의 움직임을 살펴보겠습니다. 최호원 특파원
▶ 최호원 도쿄 특파원:
네, 도쿄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일왕의 생전퇴위 발표, 일본에선 굉장히 큰 뉴스죠?
▶ 최호원 도쿄 특파원:
네, 굉장히 큰 뉴스입니다. 지난 월요일 오후3시 아키히토 일왕이 영상 메시지를 통해 직접 '생전 퇴위' 의사를 밝혔는데요. 일본의 모든 지상파 방송이 생방송으로 영상메시지를 방송했고, 이후 뉴스 시간마다 생전퇴위 문제를 둘러싼 특집 방송들이 이어졌습니다. 일본 신문들도 매일 관련 기획기사 등을 연재하고 있는 중입니다.
생전 퇴위, 즉 숨지기 전에 왕위를 왕세자에게 물려주고, 물러난다는 것인데요. 아키히토 일왕은 올해 만 82살입니다. 69살 때 전립선 암 수술을 받았고요, 4년 전인 78살 때는 협심증에 따른 관상동맥 우회수술을 받았습니다. 건강이 좋다고는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죠.
생전퇴위를 밝힌 영상메시지에서도 가장 큰 이유를 건강문제로 꼽았습니다. 80살을 넘으면서 일왕의 공무를 수행하기가 힘에 부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일왕의 공무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줄일 수도 없다. 이제 왕세자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일왕 마음대로 퇴임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군요. 생전퇴위 절차가 복잡하다고요.
▶ 최호원 도쿄 특파원:
네, 일본의 왕실 규정이 정해진 '황실전범'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황실전범 4조에는 일본 일왕은 별세 시, 즉 서거했을 때 후계자, 즉 왕세자에게 승계한다고 돼 있습니다. 숨지기 전까지 일왕의 업무를 봐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일왕의 업무가 굉장히 많습니다. 각종 행사에 참여하고, 재해민 위로 등을 위해 일본 곳곳을 방문하는데, 한 달에 25일 전후로 일을 합니다. 80대 일왕에겐 벅찰 수 밖에 없죠.
황실 전범에 따라서는 생전퇴임이 쉽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법률을 만들어야 합니다. 아키히토 일왕이 영상메시지를 발표한 것도 일본 정부에게 생전 퇴위를 위한 새로운 법률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한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생전 퇴위를 위해선 일본 정부가 나서야 하는 것이군요. 그런데, 일본 정부도 그렇고, 일본 정치권의 생각이 복잡하다고요.
▶ 최호원 도쿄 특파원:
네, 맞습니다. 일단 아베 총리는 일왕이 영상메시지를 발표한지 30분 만에 언론에 나와 "일왕의 메시지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어떤 조치가 가능한지 확실히 생각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구체적인 입법 일정은 전혀 밝히지 않았습니다. 아베 총리로서는 생전 퇴위 문제가 그리 달갑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베 총리는 생전 퇴위보다는 헌법 개정이 더 시급합니다. 지난 6월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을 포함해 개헌파 보수정당들이 3분의2 의석을 차지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당장 다음달 국회에 헌법심사회를 가동하기로 했고, 야당인 민진당도 일단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입니다.
그런데, 생전 퇴위를 위한 입법 문제가 불거지면, 개헌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럼 아키히토 일왕이 아베 총리의 개헌 움직임에 찬물을 끼얻었다. 이렇게 봐도 되나요?
▶ 최호원 도쿄 특파원:
사실 아키히토 일왕이 아베 총리와 직접 마찰을 빚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생전 퇴위 문제가 아베 총리에게 유리한 상황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아키히토 일왕은 또 영상 메시지에서 "일왕은 헌법상 국정에 관한 권능이 없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또, 일왕은 헌법상 국가의 상징에 그친다는 점도 여러 차례 언급을 했습니다. 이런 발언도 일본 내 우익 개헌 세력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입니다.
자민당은 2012년 발표한 헌법 개정안을 통해 일왕을 국가원수로 승격시켜 전쟁 가능한 일본의 구심점 역할을 할 생각이었습니다. 이런 개헌안에 아키히토 일왕이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키히토 일왕, 아버지 히로히토 일왕에 비하면 굉장히 평화주의자이죠?
▶ 최호원 도쿄 특파원:
네,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아키히토 일왕의 아버지, 히로히토는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등을 일으켰던 인물이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지면서 연합군에 항복을 했죠. 이때가 바로 아키히토 일왕이 11살이었습니다.
이후 아키히토 일왕은 서양식 교육을 받으며 영국 옥스포드에서 유학을 했고, 어류학 박사학위까지 취득했습니다. 그리고, 1989년 만 56살 때 즉위를 했습니다. 전쟁의 참혹함, 그리고 패전국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아버지와는 달리 줄곧 평화주의자로 활동해왔습니다.
한일 과거사 문제에서도 상당히 전향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거 몇 차례 우리나라를 방문할 뜻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일본 정부 측이 반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키히토 일왕이 퇴임하면 후계자는 나루히토 왕세자죠? 어떤 사람인가요?
▶ 최호원 도쿄 특파원:
네, 나루히토 왕세자는 아키히토 일왕의 장남으로 현재 만 56살입니다. 사실 아키히토 일왕이 즉위했을 때보다 한 살이 더 많습니다. 아버지처럼 영국에서 유학을 했습니다. 부인도 미국 하버드 대학 출신의 외교관이었습니다. 그래서 왕세자도 아버지만큼이나 평화주의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의 우익 세력들은 아키히토 일왕의 퇴임도, 나루히토 왕세자의 즉위도 쉽게 반길 수만 없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도쿄였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도쿄 최호원 특파원과 함께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