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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레이스 마친 난민 소녀 "다음엔 메달 딸래요"

입력 : 2016.08.11 05:08|수정 : 2016.08.11 05:08

에게해에서 3시간 반 동안 배 끌고 간 소녀 2종목 아쉽게 예선 탈락


"다음 올림픽에도 출전해서 그땐 메달을 따고 싶어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한창이지만 수영선수인 시리아 출신 난민 소녀 유스라 마르디니(18)의 생애 첫 올림픽은 끝이 났다.

마르디니는 11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의 올림픽 수영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여자 자유형 100m 예선에서 1분04초66의 기록으로 1조 8명 중 7위, 전체 출전선수 46명 중 45위에 머물렀다.

이날 예선 탈락으로 마르디니는 리우와 작별할 때가 됐다.

마르디니는 이번 대회에서 접영 100m와 자유형 100m, 두 종목에 출전했다.

이미 7일 열린 접영 100m 예선에서는 1분09초21의 기록으로 45명 중에서 41위에 머물러 역시 탈락했다.

마르디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 사상 처음 출전시킨 난민팀(Refugee Olympic Team·ROT)의 일원으로 이번에 시리아 국기가 아닌 올림픽기를 달고 리우 물살을 갈랐다.

IOC는 마르디니를 포함한 시리아 출신 수영선수 2명과 남수단 출신 육상 선수 5명,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온 유도 선수 2명, 에티오피아 출신 육상 선수 1명 등 총 10명으로 난민팀을 꾸렸다.

마르디니는 시리아의 촉망받는 수영선수였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내전으로 신음하던 고향 다마스쿠스를 떠나야 했다.

새 삶을 찾아 레바논과 터키를 거쳐 그리스로 향하던 도중 에게 해를 건널 때 배에 물이 차 소형보트가 가라앉을 뻔한 위기를 맞았다.

마르디니는 역시 수영선수인 언니 등과 함께 바다에 뛰어들었다.

그러고는 3시간 30분가량 소형보트를 몸으로 밀어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 도착했다.

이후 독일 베를린에 정착한 뒤 올림픽 출전 기회까지 얻게 됐다.

리우올림픽 마지막 레이스를 마친 마르디니는 "정말 부담됐다. 레이스에 관해 많은 것을 생각하다 보니 다소 안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좋은 경기를 했다"고 밝혔다.

마르디니는 올림픽을 뛴 소감을 묻자 "정말 놀랄만한 일이었고 맘껏 즐겼다"면서 "누구도 이런 경험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짧지만 꿈만 같았던 이번 올림픽을 되돌아봤다.

이어 "난민이 더는 난민이 아니길 바란다"면서 "난민들도 우리 난민팀을 보면서 희망을 품고 계속 꿈을 꾸길 바란다"고 울림이 큰 메시지를 전했다.

마르디니는 베를린으로 돌아가 수영을 계속할 것이라면서 4년 뒤 도쿄올림픽도 내다봤다.

그는 "다음 올림픽에도 또 나가고 싶다. 그때는 이번처럼 느리지 않을 거다. 메달도 따고 싶다"면서 "그래서 할 일이 많아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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