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쉽습니다. 긴장 안 하려 노력했는데, 생각보다 긴장 많이 된 것 같아요." 16강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한국 남자 펜싱의 간판 구본길(27·국민체육진흥공단)은 한참 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에게 둘러싸여 힘겹게 말을 이어간 구본길은 말보다는 한숨이 더 많았습니다.
구본길은 오늘(11일) 새벽 브라질 리우의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경기장 3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16강전에서 이란의 모이타바 아베디니(32)에게 12-15로 덜미를 잡혔습니다.
구본길이 이전까지 4번 싸워서 4번 모두 이긴 상대였습니다.
세계 랭킹에서도 구본길이 4위지만 아베디니의 랭킹은 15위에 불과했습니다.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난 구본길은 믿을 수 없는 경기 결과에 한참 동안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는 "너무 아쉽다"며 "예전에 그 선수를 이겨 봤는데. 아시아에서 까다로운 선수 중 하나다. 예전에는 비등비등하게 하다 몇 판 이겼다. 올림픽이란 무대라 긴장이 많이 됐다"며 아쉬워했습니다.
구본길은 "한국 펜싱 대표팀 성적이 초반에 저조해서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어제 (박)상영이가 금메달 따서 분위기 끌어 올렸고, 그 기운 받아서 잘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답변을 마친 구본길은 믹스트존에 설치된 TV로 김정환(33·국민체육진흥공단)의 16강전을 끝까지 지켜본 뒤에야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구본길은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개회식 한국 선수단 기수에 선정될 정도로 큰 기대를 모았습니다.
구본길은 2012년 런던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2010년 광저우와 2014년 인천에서 아시안게임 개인전 2연패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또 2014년과 2015년 국제펜싱연맹 월드컵 개인전도 제패하는 등 이번 대회에서도 메달 후보로 기대를 모았으나 아쉽게 16강 무대에서 탈락의 쓴맛을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