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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종오 "6점 쏘고 정신 차렸다…오히려 전화위복"

윤영현 기자

입력 : 2016.08.11 01:25|수정 : 2016.08.11 04:33

"10m에서 너무 욕심부렸다…5위하곤 내려놓았다"


"6점을 쏘고 정신 차렸어요." 극적인 역전으로 올림픽 3연패에 성공한 진종오(37·KT)가 아찔한 순간을 떠올렸습니다.

진종오는 오늘(11일)새벽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사격 센터에서 열린 50m 권총 결선에서 9번째 격발에서 6.6을 쐈습니다. 메달권에서 멀어질 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진종오는 막판 대역전에 성공하며 193.7점을 쏴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정상에 올랐습니다.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진종오는 "6점을 쏘고 나서 정신 차렸다. 그렇게 실수를 한 게 전화위복이 된 것 같다"고 웃었습니다.

"긴장하지는 않았는데 오조준한 상태에서 격발했다"고 당시 실수를 떠올린 뒤 "잠시 자책을 하다가 '진종오다운 경기를 하자'고 마음먹고 다시 사대에 섰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그는 리우에서 첫 경기를 치르고도 '진종오다운 경기를 하자'고 다짐했습니다.

진종오는 7일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5위에 그쳤습니다. '사격 황제'의 자존심을 구긴 순간이었습니다.

50m 권총에서 자존심을 회복하고 난 뒤 진종오는 "그때 5위를 하고 다 내려놨다"며 "10m 경기에서는 너무 욕심을 부렸다. 뭔가 보여주려는 경기를 하다 보니 '진종오다운 경기'를 하지 못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주 종목인 50m 권총을 앞두고 진종오는 가슴을 억누르는 무언가를 내려놨고, 경기 중에는 아찔한 순간을 통해 평정심을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더 큰 목표를 향해 과녁을 조준했습니다.

진종오는 "3위까지 올라갔을 때 '동메달은 따겠다'라는 생각을 잠시 했는데, 예전 기억을 돌아보니 '3등은 하겠다'는 생각을 하면 꼭 3등만 하더라. 그래서 더 집중하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진종오는 마지막 한 발까지 집중했고 올림픽 3연패를 달성했습니다.

진종오는 "올림픽 무대가 정말 어렵긴 하다. 이렇게 극적으로 승리하니, 아직 믿기지 않는다"고 감격해 했습니다.

기자회견장에서 다시 만난 진종오는 그동안 느낀 부담감에 대해서도 털어놨습니다.

진종오는 "올림픽 3연패를 했지만, 이번 리우에서 딴 금메달이 가장 무겁고 값지다"고 운을 떼며 "정말 힘들고 부담스러운 올림픽이었다. 주위의 기대가 감사하면서도 큰 부담이 됐다"고 했습니다.

그는 "후배 김장미에게 '힘들지, 나는 죽겠다'고 말한 것도 그런 의미였다. 선수끼리는 '금메달 따세요'라는 말보다 '편하게 하라'는 말이 도움이 된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리우에 온 뒤 부담감은 극에 달했습니다.

진종오는 "10m 경기를 앞두고는 일어나는 시간, 밥 먹는 때, 화장실에 가는 시간까지 점검했다. 그러다 보니 긴장감이 더 커지더라"며 "이후에는 평소처럼 생활하니 조금 긴장이 풀렸다"고 밝혔습니다.

경기를 하루 앞두고는 "인터넷은 물론 전화도 들여다보지 않았다"고 털어놨습니다.

선수들은 "우승 후보가 우승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합니다. 우승 후보 1순위가 짊어질 부담감을 표현한 말입니다.

극심한 부담감을 떨쳐내고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진종오는 "(훈련하느라) 가족과 떨어져 외지 생활을 하는 게 정말 힘들었다"며 "일단 가족과 함께 쉬고 싶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은퇴를 떠올린 적은 없습니다.

진종오는 "후배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아직 은퇴할 생각은 없다"며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라'고 하시는 분도 계시는데 그 말씀은 자제해주셨으면 한다. 나는 정말 사격을 사랑하고, 정정당당하게 경기하고 싶다. 은퇴하라는 건 나에게 가장 사랑하는 사격을 빼앗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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