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시몬 바일스의 평균대 연기/사진=AP, 연합뉴스
10일(이하 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단체전 결승이 펼쳐진 리우 올림픽 경기장.
장내 아나운서는 본격적인 경기에 들어가기 전 "이번 대회 최고의 선수 3명은 미국인, 미국인, 미국인입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미국 대표팀은 차원이 다른 연기를 펼쳤다.
모두가 발군의 기량을 뽐냈지만, 그중에서 압권은 시몬 바일스(19)였다.
키가 145㎝에 불과한 그는 그 작은 키로도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을 완전히 압도하고도 남았다.
미국 오하이오 콜럼버스 출신인 그는 조부모 밑에서 자랐다.
어머니는 약물과 알코올 중독자였다.
어두운 환경도 그의 재능을 가로막지는 못했다.
바일스는 2013년 흑인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선수권 개인종합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선수권 3연패를 달성한 선수도 바일스가 처음이었다.
바일스는 불과 3년 만에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 10개를 수집하며 세계선수권 역대 최다 금메달 수상자로 이름을 남겼다.
바일스는 이번 리우 올림픽 강력한 5관왕 후보다.
이날 단체전에는 개최국인 브라질 팀도 참가했다.
브라질 관중들은 시끌벅적하게 자국 선수들을 응원했지만, 미국의 안정적인 리드를 가로막지 못했다.
바일스가 선봉장이었다.
바일스는 첫 종목인 도마에서 15.933점, 이단평행봉에서 14.800점, 평균대에서는 15.300점을 기록하며 미국의 독주를 이끌었다.
4년 전 런던 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단체전 우승 멤버에 현역 최고의 선수라는 바일스가 가세했으니 이보다 압도적일 수 없었다.
미국프로농구(NBA) 드림팀 멤버에 마이클 조던이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바일스의 합류는 어쩌면 그 이상일 수 있다.
마치 새로운 체조 여왕의 대관식을 열기라도 하듯 바일스의 마루 연기는 이날 단체전의 마지막 차례였다.
바일스의 마루 연기를 끝으로 금메달의 주인이 가려지는 상황이었다.
바일스에게 필요했던 점수는 불과 7.591점.
그러나 바일스는 그 정도로는 성에 안 찬다는 듯이 가장 자신 있어 하고, 또 가장 독보적이라는 마루 운동에서 중력의 힘을 거부한 듯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점프의 높이와 회전의 움직임 자체가 격이 달랐다.
점프는 남자 선수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였고, 공중에서 2바퀴를 돌고 나서 반 바퀴를 비트는 기술은 다른 여자 선수들이 결코 따라 할 수 없는 기술이었다.
바일스가 완벽하게 연기를 끝내고 받은 점수는 15.800점.
온몸에 성조기를 두르고 숨을 멎은 채 바일스의 연기를 지켜보던 미국 원정 응원 팬들은 고득점을 확인한 순간 경기장이 떠나갈 듯 "유에스에이(USA)"를 연호했다.
브라질 안방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온통 성조기의 물결이었다.
바일스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미국 주간지 '타임'은 올림픽 개막 특집호 표지모델로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 대신 검은 피부의 바일스를 선택했다.
타임은 "미국의 가장 위대한 올림픽 체조 선수"라고 소개했다.
연기를 끝낸 바일스는 팀 동료들과 얼싸안으며 올림픽 2연패의 기쁨을 함께 누렸다.
미국 여자 기계체조 대표팀이 도마-이단평행봉-평균대-마루운동 4종목에서 얻은 점수는 184.897점.
두 대회 연속 은메달에 머문 러시아와의 점수 차는 무려 8.209점이었다.
체조 채점규정이 10점 만점제에서 2006년 이후 난도와 실시점수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바뀐 이후 모든 국제대회를 통틀어 최대 점수 차다.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전 세계에 자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알린 바일스는 개인종합(12일), 마루·도마(15일), 평균대(16일), 이단평행봉(17일) 등 이어질 개인 종목별 결선에서 금메달 4개 사냥에 나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