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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좌절된 안창림의 침묵…아버지의 가슴 아픈 '몰래 응원'

윤영현 기자

입력 : 2016.08.10 05:11|수정 : 2016.08.10 06:19


"죄송합니다. 제가 나중에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주변의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안창림(수원시청)의 목소리는 힘이 빠져 있었고, 끝내 침묵을 지켰습니다.

남자 유도 73㎏급 세계랭킹 1위 안창림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 자타공인 '금메달 후보'였습니다.

선수 자신도 의욕이 넘쳐 있었습니다.

지난달 5일 서울 노원구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2016 리우하계올림픽 D-30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재일동포 3세 안창림은 '짧고 굵은' 출사표를 남겼습니다.

"나는 일본에서 왔다. 올림픽 금메달 따기 위해서 (일본의 귀화 요청도 뿌리치고) 한국에 왔다." 태극마크를 달고 리우 올림픽 무대에 나선 안창림은 우리 시간으로 9일 새벽에 치러진 리우 올림픽 남자 유도 73㎏급 2회전(32강)에서 1분36초만에 업어치기 한판승을 거두며 '금빛 시동'을 거는듯했습니다.

하지만 안창림은 16강 상대인 다르크 판 티첼트(랭킹 18위)에게 경기시작 2분 47초 만에 오금대떨어뜨리기로 절반을 내주며 무너졌고, 끝내 만회하지 못했습니다.

올림픽만 바라보고 한국행을 선택했던 안창림의 꿈은 단 2경기, 6분36초만에 끝이 났습니다.

실력발휘조차 제대로 못 하고 올림픽을 끝낸 안창림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고, 침묵 속에 공동취재구역을 지나 라커룸으로 사라졌습니다.

실망에 휩싸인 안창림 만큼이나 가슴 아프게 아들의 경기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본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안창림이 아버지 안태범 씨였습니다.

안태범 씨는 아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연락도 없이 조용히 일본에서 출발했습니다.

꼬박 하루가 걸린 힘든 비행에도 안 씨는 아들의 선전을 바라며 참아냈고, 경기 당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2를 찾았습니다.

첫 경기를 시원한 한판승으로 따낸 아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냈지만 두 번째 경기에서 아들이 석패하자 조용히 경기장을 나섰습니다.

그리고는 10일 선수촌에서 지내는 아들과 만남도 없이 리우에 올 때처럼 조용히 일본으로 향했습니다.

안 씨와 함께 경기를 지켜본 문길양 재일한인유도회 회장은 "금메달 기대가 컸기 때문에 아버지보다도 안창림이 더 힘들었을 것"이라며 "안창림의 아버지도 아들이 다시 올림픽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내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 회장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연락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그래도 아들이 열심히 경기하는 모습을 보고 위안으로 삼으셨다. 결과가 좋지 않아 아들과 만나지 않고 조용히 일본으로 귀국하셨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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