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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 윤진희 "남편이 '2020년 도쿄도 가자'고 해서 때릴 뻔"

입력 : 2016.08.08 22:59|수정 : 2016.08.08 23:12

"같은 번호로 로또를 계속해 결국 당첨된 기분"


"아니, 남편이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해볼까'라고 하더라고요."

윤진희(30·경북개발공사)가 남편 원정식(26·고양시청)과의 에피소드를 떠올리며 웃더니 갑자기 정색하며 말했다.

"정말 한 대 때릴 뻔했죠."

윤진희는 8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우 센트루 파빌리온 2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여자 53㎏급 결승에서 인상 88㎏, 용상 111㎏, 합계 199㎏으로 3위에 올랐다.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건 윤진희는 선수촌으로 돌아가 남편이자 남자 역도 국가대표 원정식과 산책을 했다. 둘은 "이게 정말 꿈인가"라고 서로를 꼬집어보기도 했다.

3년간 공백을 딛고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건 아내의 성과에 도취한 원정식은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출전해보자"고 제안했다. 윤진희는 "절대 안 돼"라고 했다.

꿈같은 하루를 보내고 8일 코리아 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한 윤진희는 "여기까지 온 것도 힘들었다"고 했다. 그만큼 힘겨운 길을 걸었다.

윤진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인상 94㎏, 용상 119㎏, 합계 213㎏으로 은메달을 땄다.

당시 대회가 끝난 뒤 윤진희는 귀 아래에 오륜 모양 문신을 새기며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의지를 다졌다.

그러나 너무 힘든 역도가 싫어졌고, 2011년 5월 원정식과 결혼한 뒤 2012년 초 은퇴했다. 윤진희는 "런던대회에 나섰다면 지금보다는 쉽게 메달을 땄을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지금이 행복하고 좋다"고 했다.

남편의 권유로 2015년 현역에 복귀한 윤진희는 오른 어깨 부상을 딛고 기적 같은 동메달을 손에 넣었다.

윤진희는 "20대 초반에 나선 베이징대회는 충분히 준비했고 메달 획득을 자신했다. 30대에 접어들어 리우에서는 3∼4위 싸움을 펼치는 상황이었다"며 "베이징 때는 메달 획득의 기쁨이 크지 않았는데 은퇴, 부상 등이 이어지고 다시 딴 리우올림픽 메달은 정말 귀하다"고 했다.

두 딸의 어머니인 그는 "모든 어머니에게 모성애가 있다. 올림픽을 준비하느라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8년 만에 따낸 올림픽 메달.

윤진희는 "8년 동안 꾸준히 같은 번호로 로또를 했는데 결국 당첨된 기분"이라고 메달의 가치를 설명했다.

2008년 한국 역도 황금기의 주역이었던 윤진희는 올림픽 복귀 무대에서 한국 역도 침체기를 끝냈다.

그는 "이젠 후배들이 이끌어야 한다. 지금 힘들어도 조금 더 힘을 내달라. 그 '조금 더'가 한국 역도를 바꿀 수 있다"고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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