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스포츠

한국 첫 은메달, 유도 정보경 부모 "장하다"

윤영현 기자

입력 : 2016.08.07 06:13|수정 : 2016.08.07 06:28


▲ 올림픽 여자 유도 48㎏급 결승전이 벌어진 7일 오전 경남 양산시 평산동 마을회관에서 정보경 선수 부모와 마을 주민들이 밤샘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대한민국에 첫 메달 안긴 우리 딸 장하고 자랑스럽습니다." 한국 유도계 '작은 거인' 정보경(25·안산시청)이 우리 시간으로 오늘 새벽 2016년 리우올림픽 유도 여자 48㎏급 결승전에서 은메달을 결정짓는 순간 가족들은 아쉽지만 박수를 보냈습니다.

정보경은 결승에서 파울라 파레토(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선전을 펼쳤으나 절반을 허용하면서 석패했습니다.

정보경 선수 고향 집이 있는 경남 양산시 평산동 마을회관에서는 동네 주민 10여 명이 전날 저녁에 열린 16강 경기부터 함께 뜬눈으로 밤샘 응원전을 펼쳤습니다.

정 선수 아버지 정철재(55) 씨는 "후회 없는 시합을 하라고 당부했는데 멋진 경기를 펼쳐 줘서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아버지는 늘 딸을 곁에서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점이 미안했습니다.

정 씨는 PVC 공장에서 20년간 주·야간 고된 일을 견디며 유도 매트에서 땀 흘리는 딸을 뒷바라지했습니다.

가족 생계를 위해 휴일도 없이 회사 일을 해야 할 때가 많아 주요 경기에 응원도 제대로 못 갔습니다.

경기 내내 두 손을 모아 기도하듯 응원한 정 선수 어머니 윤옥분(50) 씨는 "집에서 따뜻한 밥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늘 애처롭다"며 "보경이는 유도하면서 한 번도 말썽을 피우거나 애를 먹이지 않는 효녀"라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올림픽에 처음 출전해 당당히 첫 메달을 안긴 정보경은 시련도 있었습니다.

경남체고 2학년 때는 십자인대가 끊어져 무려 1년간 재활치료를 하며 큰 아픔을 겪었습니다.

경기대 3학년 때는 러시아에서 열린 시합에 출전해 양 무릎 인대가 끊어져 6개월간 부상에 시달렸습니다.

윤 씨는 "부상을 잘 극복하고 올림픽까지 출전하게 됐는데 메달까지 목에 걸고 돌아온다니 이제 마음이 놓인다"며 안도했습니다.

정보경은 유도를 하기 전 4살 때부터 택견, 초등학교 때는 태권도를 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에는 태권도 공인 3단 '태권 소녀'였습니다.

아버지 정 씨는 "또래보다 힘이 셌는데 중학교 때 유도부에 입단하려던 것을 처음엔 반대했다"며 "다부진 모습으로 흔들림이 없는 모습을 보고 밀어주기로 했다"고 회상했습니다.

정 선수는 우리나라 국가 대표 중 가장 단신인 153㎝입니다.

작지만, 괴력을 자랑해 마을 주민들은 모두 '작은 거인'이라고 부릅니다.

정 선수 부모와 함께 간절히 금메달을 기원했던 주민들은 정 선수의 웅상여중 유도부 때 뛰던 선수 학부모들이 대부분입니다.

마을 주민 신성철(59) 씨는 "우리 딸이 보경이 한해 선배인데 중·고교, 대학까지 함께 뛰었다"며 "모두가 내 딸이 출전한 마음으로 가슴을 졸이며 응원했는데 아쉽지만 너무 잘 싸웠다"고 말했습니다.

주민들은 정 선수 부모에게 "이렇게 결승까지 올라가 우리나라에 첫 메달까지 안겨줬는데 메달 색깔에 아쉬워 하지 말자"고 격려했습니다.

정 선수 어머니 윤 씨는 "보경이가 집에 오면 좋아하는 것 실컷 먹이고 푹 쉬게 해주고 싶다"며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라"며 두 손을 모았습니다. 

(사진=연합뉴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