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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는 봉?…논란 야기하는 부실기업 '공모증자'

입력 : 2016.08.07 05:10|수정 : 2016.08.07 05:10

현대상선 증자 참여 개인들, 주가급락으로 손실 우려


최근 부실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에 잇따라 나서 개인투자자들이 손실 위험에 노출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증자에 나선 부실기업 주식이 채권단과 기관투자가의 공매도 대상이 되면서 애꿎은 개인투자자들은 손실을 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지난달 실시한 '차등배정 유상증자'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차등배정 유상증자는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간 기업이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끌어내면 일반 개인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현대상선의 빠른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처음으로 허용했다.

현대상선이 지난달 18∼19일 이틀간 실시한 2억8천만주에 대한 유상증자 일반공모에선 개인투자자가 약 400억원어치를 청약했다.

문제는 약 1억5천만주의 신주를 배정받은 채권단이 신주상장 이틀 전인 지난 3일부터 권리공매도를 통해 상당량의 주식을 내다 팔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권리공매도란 유상증자나 무상증자 때 신주를 받은 투자자가 신주 상장일 이틀 전부터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현대상선 주가는 이 영향으로 지난달 18일 1만2천500원에서 이달 4일 유상증자 공모가(9천530원)를 크게 밑도는 7천100원까지 급락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채권단이 현대상선 주식을 팔아 현금을 회수하는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앉은 자리에서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권리공매도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대상선 주식은 기관과 외국인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됐다.

이 때문에 지난 2일 현대상선 주식의 공매도 매매비중은 37%까지 치솟았다.

업계 관계자는 "권리공매도로 주식 매도에 나선 채권단뿐만 아니라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의 공매도 물량까지 몰리면서 주가 하락폭이 급격히 커졌다"고 분석했다.

유상증자 신주 상장을 앞두고 빚어진 현대상선 주가 급락은 금융당국이 차등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하면서 예상됐던 부작용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기업 부실을 일반 개인투자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금융당국이 채권단에 (유상증자 신주 물량에 대한) 보호예수까지 풀어줘 공매도를 통해 일반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떠넘기도록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주식시장에서 재무구조개선 목적으로 증자를 결정한 부실기업들이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재무구조가 악화된 삼성엔지니어링은 올 2월 15∼16일 증자 실권주를 일반공모해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추가 투자 가능성에 투자자들의 심리가 자극돼 일반공모 경쟁률은 2천543대 1을 기록했다.

그러나 신주상장(2월26일)을 사흘 앞둔 2월23일 주가하락에 베팅한 공매도 세력의 매매비중이 13.8%로 전날(6.8%)의 두 배로 치솟았다.

이 영향으로 2월23일 1만850원이던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이튿날 8% 빠진 9천980원까지 밀렸다.

이처럼 부실화된 기업이 일반투자자를 상대로 공모 방식의 증자에 나설 때 개인투자자를 보호할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 목적으로 유상증자에 나서는 기업들이 생겨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부실기업은 공매도 세력의 집중 타깃이 되고 자금조달 계획이 불투명해 일반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기업들이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발행 계획을 증권신고서에 기재하더라도 개인이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며 "개인투자자는 늘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대상선 채무 재조정 계획에 포함됐던 2천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놓고도 개인 투자자들은 발행 시점을 정확하게 모르고 있다가 주가가 이미 상당폭 조정을 받은 지난 2일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알게 됐다.

CB 발행은 지분희석 요인으로 통상 주가하락으로 이어진다.

현대상선도 유상증자 신주 물량(약 1억5천만주) 부담이 커진 가운데 CB 발행 소식이 겹치면서 지난 3일 27.92% 폭락했다.

김상조 교수는 "채권단은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내부 정보를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만 개인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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