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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바다수영대회 안전관리 부실이 2명 사망 불렀다

입력 : 2016.08.06 23:11|수정 : 2016.08.06 23:11

준비운동 없이 출발 시각도 안지켜…사고 당시 구급차·제세동기도 없어


전남 여수에서 2명의 동호인이 사망한 바다수영대회에서 주최 측의 안전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6일 수영대회에 참가한 동호회원과 유족들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주최 측의 안일한 대회 진행과 부실한 안전관리가 낳은 인재라고 주장했다.

이날 사고는 오후 12시 48분께 전남 여수시 소호동에서 열린 '제9회 여수 가막만배 전국바다수영대회'에 참여한 강모(64)씨와 조모(45·여)씨가 1㎞ 수영 도중에 갑자기 탈진하면서 발생했다.

두 사람은 1㎞ 구간 바다 수영을 하던 중에 0.5㎞ 해상 반환점을 돌고 나서 도착점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서 5분여 간격으로 각각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가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그러나 이날 사고는 애초 주최 측의 안일한 대회 진행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수영에 참가한 동호회원들로부터 제기됐다.

무엇보다 수영대회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단계인 준비운동을 하지 않고 경기를 시작했다.

통상적으로 수영대회에서는 시작하기 전에 체조 강사가 나와 전체를 대상으로 준비운동을 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이날 대회를 시작하기 전에 개인별로 준비운동을 했을 뿐 대회 주최 측에서 어떠한 준비운동을 시키지 않았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말이다.

또 애초 계획에는 남자 2개 그룹과 여자 그룹을 30분 단위로 출발시키도록 예정돼 있었는데 주최 측은 시간을 단축한다며 첫 팀이 12시 5분께 출발한 뒤 5분여 뒤에 2팀을, 12시 25분께 여자팀을 출발시켰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 팀에 100여명에 이르는 선수들을 관리해야 하는 안전요원이 수백명이 오가는 상황에서 정확한 안전관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또 출발하는 사람과 되돌아오는 사람끼리 부딪치는 사례도 나타나 자칫 더 큰 사고를 부를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동호회원 이모씨는 "안전요원들이 한번에 100여명을 관찰해야 하는데 갑자기 출발 시각이 당겨지는 바람에 300명 이상을 봐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사고를 당한 조씨도 최초로 목격하고 구조한 사람이 안전요원이 아니라 함께 수영하던 동료였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또 경기를 진행하면서 인명구조와 관련한 수상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명구조요원 교육을 이수했다는 동호회원 이모씨는 교육과정에서 수상안전 수칙으로 여름철에 정오가 넘고 수온이 27도 이상이면 수영을 못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은 낮 12시 넘어서 경기를 시작했고 당시 기온이 30도를 웃돌아 참석자들은 수온이 뜨거움을 느낄 정도였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주최 측이 안전을 고려해 경기 시간이나 일정을 조정할 수 있었는데도 경기를 강행하는 바람에 이번 참사를 불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족들은 사고 발생 이후 주최 측이 재빠르게 대처만 했어도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숨진 조씨의 딸 김모(24)씨는 "엄마가 보트에서 실려와 심장제세동기를 가져오라고 소리치는데도 제세동기도 없었고 현장에 구급차도 없어 119를 부를 때까지 심폐소생술만 하는 동안에 30여분이 흘렀다"며 "사고 직후 대처만 빨리했어도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말했다.

1천여명이 참여한 수영대회에 단 1대의 구급차를 대기했지만 먼저 사고를 당한 강씨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바람에 조씨는 30여분을 허비한 것이다.

이 밖에도 일부에서 고무재질의 수영수트가 체온을 발산하지 못하고 심장에 압박을 가했을 것이라며 사고 원인으로 지적하는 데 대해서도 동호인들은 고개를 내저었다.

이날 사고를 당한 조씨의 경우 수영 경력 25년여에 달하는 베테랑으로 알려졌다.

조씨가 입은 수트는 기능성이 좋은 고가의 수트이며 조씨 정도의 경력이라면 체온이 올라가면 수트 속으로 물을 넣어 체온 조절을 하는 등 여름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대회에 참가한 조씨 소속의 동호회원 11명 가운데 10명이 수트를 입을 만큼 수영 동호인들은 대부분 수트를 입는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동호회원 김모씨는 "일부 대회 관계자들이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수영수트 때문에 사고가 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대부분의 수영 동호인들은 수트를 대회 때마다 착용하고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여수해경은 대회 관계자와 목격자 등들 상대로 안전조치가 미흡했는지 여부 등 수영대회에서 인명사고가 발생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또 병원 의사가 판단한 사망 원인이 강씨는 '심장마비에 의한 익사'로, 조씨는 '미상'으로 나타나자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부검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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