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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시사전망대] 한중 경제, 공생에서 경쟁 상대로?

입력 : 2016.08.06 10:15|수정 : 2016.08.06 10:15

* 대담 : 차병준 SBS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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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뉴스 인사이드, 차병준 SBS 논설위원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차병준 SBS 논설위원:
 
네. 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
 
안녕하십니까. 오늘 어떤 이야기 가져오셨어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네. 오늘은 한국과 중국의 경제 관계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중국과의 경제 관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우리와 교역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라는 것이죠. 최대 수출 시장입니다. 중국도 우리로부터 수입한 중간재와 자본재로 완성품을 만들어서 미국과 EU에 수출하면서 그동안 성장을 일궈냈습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공생 관계였죠. 그런데 이제는 강력한 경쟁 상대라는 관계에 더 초점이 모아집니다.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서겠다는 중국의 이른바 경제굴기의 결과입니다. 우리보다 뒤졌던 많은 산업 분야에서 이제는 더 뛰어난 경쟁력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죠. 중국의 역습이다. 이런 말로 표현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특히 최근에는 아시다시피 사드 사태가 한중 경제 관계의 새로운 변수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네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두 나라 사이에 냉기류가 흐르는데. 경제 관계도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변수가 많아진 한중 경제 관계.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을 텐데요. 먼저 현재 두 나라의 교역 상황부터 살펴볼까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네. 중국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시장이라고 말씀드렸죠. 지난해 우리 수출의 26%가 중국을 상대로 이뤄졌습니다. 수출 규모가 1,371억 달러. 이것은 미국 698억 달러, 일본의 255억 달러를 합한 금액보다 많습니다. 중국에 대한 무역 흑자도 469억 달러인데, 대미 무역 흑자 258억 달러보다 200억 달러 이상 많습니다. 이러다보니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커지기는 했습니다. 중국 경제 성장률이 1.0% 포인트 하락하면 우리 경제 성장률 최대 0.6% 포인트 떨어진다는 KDI 보고서가 잘 설명해줍니다. 그래서 중국이 기침만 해도 우리나라는 독감에 걸린다는 말까지 지금 나오고 있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네. 최대 수출 시장이 중국인데. 그런데 이제는 경쟁 상대로서 위상이 더 커진 것 같아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네. 산업 각 분야에서 중국의 성장 속도, 정말 무섭습니다. 반도체 굴기, 조선 굴기, IT 굴기, 전기차 굴기. 이런 말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중국이 각 분야에서 이룬 성취를 이렇게 우뚝 선다는 뜻의 ‘굴기’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는 겁니다. 사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국 기업은 남의 제품을 모방해서 만드는 짝퉁 기업 정도로 여겨졌죠. 우리보다 기술력이 한참 떨어져 있다고 내려다 본 겁니다. 하지만 지금 중국 기업들 그렇게 봤다가는 큰 코 다치죠. 많은 분야에서 양적인 성장 뿐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코앞까지 우리를 따라왔거나 벌써 추월해버린 분야가 늘고 있습니다.

경쟁 상대로서 중국의 역습에 우리가 어떻게 밀렸는지. 조선업 얘기로 한 번 풀어보겠습니다.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1등 자리를 뺏고 조선업 호황을 구가할 때 중국은 벌크선 같은 저가 선박에 집중했었습니다. 우리의 경쟁 상대가 안 됐었죠. 그런데 인건비가 낮고 내수를 바탕으로 한 선박 건조 물량이 워낙 많다 보니까 제조원가가 계속 낮아지면서 경쟁력이 생긴 것입니다. 국내 대형 조선소들도 이 중국의 저가 공세에 시달리게 됐고. 그래서 눈을 돌린 게 해양 플랜트 사업이었습니다. 부가가치가 높다는 하나만 보고 기술력도 없이 뛰어들었다가 현재 조선업 부실에까지 이르게 된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휴대폰, 반도체. 이런 분야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거센 거죠?
 
▶ 차병준 SBS 논설위원:
 
그렇습니다. 스마트폰 시장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과거 애플을 베끼던 중국 업체들이 아닙니다. 올 1분기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5위까지의 기업 가운데 3곳이 중국 업체입니다. 화웨이, 오포, 샤오미. 이 3개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을 합하면 애플을 넘어섭니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미 5위권 밖으로 밀렸습니다. 그리고 산업의 쌀이라는 반도체. 중국 정부가 전력을 투입하는 분야입니다. 2014년에 국가 반도체 산업 발전 추진 요강이라는 것을 발표했죠. 그리고 지난해에는 10년간 1조 위안, 우리 돈으로 182조 원의 투자 계획을 밝혔습니다. 2020년까지 반도체 자체 생산율을 40%, 그리고 2025년까지는 70%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은 자체 생산율이 10%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반도체 수입에 연간 2,300억 달러를 쓰고 있는데. 이것을 대체하겠다는 거죠. 최근에는 미국의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 그리고 샌디스크를 인수하려다가 무산되기도 했죠. 미래 성장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전기차 분야에서는 중국이 이미 저만치 앞서가 있습니다. 시장 점유율로 세계 최대 시장이고 판매량 세계 1위 전기차 업체도 중국 업체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가장 비상이 걸린 산업 분야이기도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무섭네요. 중국 기업들이 이렇게 급성장한 배경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무엇보다 거대한 내수 시장이 든든한 발판이 됐죠. 인구 13억 명입니다. 내수 시장 뒷받침만 있으면 일단 기본 수요를 갖고 있는 것이니까요. 베껴서 만든 제품이더라도 내수 시장에서 팔리는 수요 덕분에 경쟁력을 쌓을 수가 있고. 이것을 토대로 해서 해외 시장에도 진출하는 전략이 선순환으로 성공한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 중국 전기차 산업의 발전도 세계 최대 시장이라는 내수를 발판으로 이뤄졌습니다. 이제는 글로벌 ICT 기업이죠. 알리바바. 중국내 전자상거래 급성장풍을 타고 부상한 겁니다.

두 번째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지원 정책입니다. 정책 산업 분야마다 수조 원, 수십조 원을 쏟아 부으며 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워줬습니다. 규제 장벽으로 외국 기업을 견제한 것도 중국내 기업들의 성장 기반을 만들어줬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LG화학, 삼성SDI,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진 국내 배터리 업체죠. 그런데 중국은 이들 업체가 만든 배터리에 대해서 안전성을 이유로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되느냐. 중국에서 전기차에 우리 업체 배터리를 달면 보조금을 못 받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반면에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인증을 통과했습니다. 뜻이 보이죠. 다음 달까지 추가 인증이 예정되어 있는데, 여기서 국내 업체들이 인증을 받을 수 있을지도 아직 불투명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지금 또 한중 경제 관계에서 현안은 중국의 사드 보복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정부는 본격적인 보복 조치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는 것 같아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예. 설명이 이렇습니다. 한중 관계가 고도화 돼있어서 쉽게 경제 보복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황교안 총리가 국회에서 한 말입니다. 이렇게 보는 근거, 두 가지로 요약을 할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앞서 공생 관계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중국이 우리로부터 수입한 중간재와 자본재로 완성품을 만들어서 미국과 EU에 수출하는 공급 사실인데. 중국이 섣불리 끊기 어렵다는 거죠. 한국에 대한 무역 보복을 했다가 그것이 중국의 수출 타격으로 이어지는 부메랑 효과. 중국이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겁니다. 또 WTO나 FTA가 무역 보복의 방패막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중국이 그동안 국제 사회에서 쌓은 이미지를 무역 보복 조치로 훼손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이렇게 보는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지금 어떤 중국의 보복 조치가 공식적이고 직접적인 조치보다는 문화나 관광 같은 분야의 규제 쪽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닐까 싶은데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네. 아직은 그렇죠. 우선 한류 콘텐츠에 대한 제재가 가장 눈에 띕니다. 중국의 방송 관련 정책은 광전총국이라는 곳이 장악을 하고 있는데. 한국 연예인의 텔레비전 출연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한국 연예인의 중국 현지 공연 줄줄이 취소되고 있죠. 이들이 출연한 프로그램, 편집으로 삭제해서 방송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지시, 공식 문건으로 간 게 아니라 유선 통보로 이뤄졌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 공식적인 보복을 하는 모양새는 피하는 것 같다는 말이죠. 그리고 대구 치맥 페스티벌에 중국 칭타오 시가 갑자기 불참을 통보한 것도 사드 보복 조치입니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결정이지 아직 중국 정부 차원의 보복 조치까지로는 가지 않은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무언가 공식적인 것은 아니다. 그런 냄새를 계속 피우는 것이고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이번에 중국 방문 비자 발급 절차를 까다롭게 했죠. 그래도 문을 닫은 것은 아니고 불편을 주는 정도입니다. 본격적인 보복 수준은 아닌데, 하나하나 새로운 규제 조치를 내놓으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조금 더 공격적인 보복 조치들이 나올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닐까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중국이 관영 매체를 동원한 여론전을 보면 상당히 과격합니다.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가 총대를 메고 있는데. 연일 특집 기사, 사설로 노골적인 보복 요구, 구체적인 보복 방법까지 거론하고 있습니다. 경제 무역에서 징벌을 가하는 것이 한국 정부에 쓴맛을 보게 하는 것이다. 상당히 거친 표현이죠. 무엇보다 시진핑 주석이 사드 반대를 여러 차례 공언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결국 무시당한 셈이죠. 체면 손상된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만회하려고 강경 입장을 고수한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과거 중국이 보복에 나섰던 사례들도 이런 우려를 키웁니다. 가장 잘 알려진 이야기가 우리나라에 대한 마늘 관세 보복이 있죠. 지난 2000년에 우리 정부가 국내 농가 보호를 이유로 중국산 마늘에 물리는 관세를 10배가량 올렸습니다. 그러자 중국은 일주일 뒤에 한국산 휴대폰과 폴리에틸렌에 대해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습니다. 당시 중국산 마늘의 수입 총액이 900만 달러, 그런데 중국이 수입을 금지한 수출품의 총액은 5억 달러가 넘었습니다. 결국 우리 정부는 비밀 협상을 통해서 중국 마늘 관세율을 예전 수준으로 내렸고, 휴대폰 수출은 재개됐었습니다.

2010년에 센카쿠 열도 근해에서 순시선과 충돌한 중국 어선 선장을 일본이 구속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중국 정부, 휴대폰 등에 들어가는 핵심 원자재죠. 희토류의 대일본 수출을 전량 금지했었습니다. 그리고 2012년에도 센카쿠 열도 분쟁이 격화되자 일본 상품 수입 통관 강화하고 단체 관광객의 일본 여행을 금지시켰었습니다. 중국은 어쨌든 이번 사드 사태를 계속 물고 늘어져서 상황을 최대한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전략이 있을 겁니다. 정책적 판단에 따라서는 다른 부분의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언제든지 보복 카드를 꺼낼 수 있는 나라가 중국이어서 안심할 수가 없는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SBS 차병준 논설위원과 말씀 나눴습니다. 감사합니다.
 
▶ 차병준 SBS 논설위원: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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