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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물놀이간다 했는데" 40대 가장의 안타까운 죽음

윤영현 기자

입력 : 2016.08.05 10:14|수정 : 2016.08.05 10:19


"조만간 아이들과 물놀이갈 거라고 했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날 줄은…"

제동장치가 풀린 마을버스의 습격으로 40대 가장이 하루아침 허무하게 떠나고 난 뒤 남은 가족은 할 말을 잃었습니다.

지난 4일 저녁 경기도 안양시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모(42) 씨의 빈소는 침통 그 자체였습니다.

작별인사도 하지 못하고 남편을 떠나보낸 김 씨의 아내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잃은 김 씨 부모는 울다 지친 나머지 몸을 가눌 힘도 없어 보였습니다.

김 씨의 동료들도 유족들 옆에서 함께 오열해 먹먹함을 더했습니다.

이날 오전 11시 35분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죽전디지털밸리 옆 비탈길에서 버스 기사 이모(67) 씨가 정차한 39-2번 마을버스가 아래로 굴러 내려갔습니다.

회차 지점에서 용변을 보려고 승객 1명을 차 안에 두고 내린 게 화근이었습니다.

150m 그대로 죽 굴러 내려가던 버스는 인도 턱을 타고 올라가 점심 먹으러 나온 직장동료 5명을 친 뒤 200m가량 더 내려갔습니다.

5명 가운데 김 씨가 숨졌고, 2명이 중상, 2명은 경상을 입었습니다.

김 씨의 매형이라고 밝힌 한 유족은 "일하다가 사고 소식을 들었다"면서 "저번 주에 (김 씨 가족을) 만나 시간을 보냈는데 이렇게 떠나버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그는 "그때 당시 얼마 뒤에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 갈 거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아빠의 죽음을 아는지 모르는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김 씨는 초등학생 4학년 딸과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을 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딸은 상주 이름에 자기가 적혀있다며 해맑게 웃어 조문객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습니다.

김 씨는 죽전디지털밸리 인근 IT기업 모 부서에서 팀장으로 일하던 평범한 40대였습니다.

여느 날처럼 동료들과 회사에서 400여m 거리에 있는 구내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던 중 참변을 당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한 동료는 "다른 부서에서 일했지만, 평소 친하게 지낸 분인데 사고가 너무 갑작스러워 모두 경황이 없는 상태"라면서 "김 팀장님은 매사에 밝고 동료들도 잘 챙겨주시던 따뜻한 분이었다"고 울먹였습니다.

또 다른 동료는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빈소로 달려왔다. 성실하던 분이셨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전했습니다.

단란했던 한 가정을 부순 당시 마을버스 사고차량 블랙박스에는 승객 한 명이 버스 안에 타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버스가 아래쪽으로 굴러 내려가다가 불과 18초 만에 김 씨 등 행인들을 덮치는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버스 기사 이 씨는 버스에 다시 올라타려고 몇 차례 시도했지만 끝내 버스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시동은 켜둔 상태였고, 기어는 중립(N)에 놓은 채 사이드브레이크는 꽉 채우지 않았던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5일 제동장치를 제대로 조작하지 않은 버스 기사 이 씨에게 사고 책임을 물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이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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