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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숨어서' 인슐린 맞는 소아 당뇨병 환자들

윤영현 기자

입력 : 2016.08.04 07:18|수정 : 2016.08.04 07:28


초등학교 6학년인 김 모 군은 몸에서 인슐린이 전혀 생산되지 않는 제1형 당뇨병을 앓고 있습니다.

점심을 먹기 전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지만 친구들의 시선이 무서워 남몰래 화장실에서 조치를 해왔습니다.

화장실에서 인슐린 주사를 맞는 게 꺼림칙하지만 그래도 친구들의 놀림을 받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김 모 군처럼 소아 당뇨병을 앓고 있는 초·중·고등학생 대부분이 위생적인 환경에서 인슐린 주사를 맞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아 당뇨병 환자는 약 5천500명에 이르지만 '소수'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이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학교별 보건교사가 있지만, 당뇨병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은 경우가 있어 소아 당뇨병 환자를 도울만한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 학회 측 주장입니다.

당뇨병은 혈액 중 포도당(혈당)이 높아서 소변으로 포도당이 넘쳐 나오는 질환입니다.

포도당은 우리가 먹는 음식물 중 탄수화물의 기본 구성성분인데 이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소아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이 생산되지 않으므로 주사기를 이용해 인슐린을 몸에 투여해야 합니다.

김대중 당뇨병학회 홍보이사(아주대병원 내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유독 당뇨병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고 인슐린 주사를 맞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서 소아 당뇨병 환자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외국에서는 학교에 있는 보건교사가 직접 당뇨병 주사를 놓는 것을 돕는 게 일반적이지만 우리나라는 책임이 따를까 봐 보건교사가 이를 꺼린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교수는 "사실 중학생만 돼도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으므로 가장 큰 문제는 초등학생"이라며 "화장실이 아니라 보건실에서 안전하게 인슐린 주사를 맞을 수 있도록 학교에서 소아 당뇨병 환자를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당뇨병학회는 이 같은 당뇨병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줄이고 소아 당뇨병 환자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동영상 공모전 등 각종 대국민 홍보사업을 추진해 나갈 예정입니다.

또 보건교사를 대상으로 당뇨병 유형, 치료 및 관리 요령 등을 소개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김 교수는 "아무리 소수라고 해도 소아 당뇨병 환자들이 학교에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인슐린 주사를 맞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학회 차원에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해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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