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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잇단 결핵 감염 비상…"잠복 결핵 관리해야"

입력 : 2016.08.03 14:24|수정 : 2016.08.03 14:26

"의료인 결핵 감염, 불안감 느낄 상황 아니다"
"잠복 결핵 검진, 정부 가이드라인 필요해"


▲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서울의 대형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들이 잇따라 결핵에 걸리면서 의료인 결핵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3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 소아혈액종양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결핵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달 15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근무했던 간호사가 결핵 확진 판정을 받은 지 보름만이다.

결핵에 걸린 간호사 2명은 모두 확진 이후 병원 근무를 중단했지만, 환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 의료인에 대한 결핵 관리 대책 마련이 지적되고 있다.

◇ 결핵 발병률 OECD 국가 1위…"의료인 예외 없어" 전문가들은 최근 의료인의 결핵 감염이 잇따라 발생했지만, 선진국과 비교해 높은 국내 결핵 유병률을 놓고 보면 특이한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결핵은 폐, 림프절, 척추 등 우리 몸속에 '결핵균'(Mycobacterium tuberculosis)이 침투하면서 발생하는데 약 85%는 폐에서 발생하는 폐결핵이다.

폐결핵 환자가 기침할 때 분비되는 침방울 등을 통해 결핵균이 타인에게 전파되게 되는데 접촉자의 약 30% 정도에서 감염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염호기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홍보이사(서울백병원)는 "우리나라의 결핵 발생률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국내 결핵 발생현황을 고려하면 직원 1만명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결핵 환자가 1명 발생한 것은 전혀 이상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염 교수는 "의료인 역시 사람이기 때문에 결핵에 걸릴 수 있지만, 면역력이 취약한 환자를 돌보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이번에 결핵 확진을 받은 간호사들 역시 정기검진을 통해 발견된 만큼 선제적으로 결핵균 전파를 차단할 수 있는 검진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병원, 감염 취약공간…"잠복 결핵 발견 어려워" 특히 결핵은 기침과 같은 접촉으로 전파되기 때문에 호흡기질환 환자가 많은 병원에서는 감염 위험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지예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병원은 결핵뿐만 아니라 모든 전염성 질환에 취약한 공간"이라며 "기침을 하는 결핵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이라면 일반인보다 감염 위험에 더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의료인뿐만 아니라 병원에 근무하며 호흡기내과, 중환자실 등 환자를 대면하고 접촉하는 종사자들은 일반인보다 결핵균에 감염됐을 확률이 높다"며 "문제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잠복 결핵과 같은 감염 상태까지 매번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잠복 결핵은 우리 몸속에 결핵균이 들어오더라도 활동성을 띄지 않는 경우를 뜻한다.

잠복 결핵은 타인에게 전파력이 없지만, 10명 중 1명 정도에서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결핵으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 역시 3일 '결핵예방법 시행규칙'을 통해 의료기관과 학교, 산후조리원, 어린이집 등의 종사자에게 결핵과 더불어 잠복 결핵 검진 실시 등의 의무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 검진 및 치료환경 개선…"정부 차원 대책 필요" 전문가들은 의료인의 잠복 결핵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게 환자와 의료인 모두의 안전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조언한다.

엄중식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인의 결핵 관리는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잠복 결핵 검사를 얼만큼의 주기로 어떻게 시행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잠복 결핵은 엑스레이(X-ray)와 같은 기본검사로는 발견이 안 되고 추가적인 혈액검사나 피부검사로 발견할 수 있다"며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관리하기보다는 정부의 재정지원과 가이드라인이 명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결핵 발병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환자에 대한 치료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염 이사는 "후진국 병으로 알려진 결핵이 국내에서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환자 관리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일본의 경우 환자가 치료를 받는 동안 필요한 생활비나 직장의 병가 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히 결핵 검진비와 약값에 대한 환자부담을 낮추는 것뿐만 아니라 환자들이 6개월 이상 걸리는 치료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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