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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터뷰+] 더이상 볼 수 없는 "Made in 개성공단"…씁쓸한 폐점

임태우 기자

입력 : 2016.08.02 14:56


개성공단과 운명을 함께 한 가게가 있었습니다. 가게에는 ‘Made in 개성공단’  상품들이 즐비했죠. 진열대에는 북한 노동자들이 손수 만든 옷과 양말, 신발은 물론이고, 참깨와 참기름 같은 식품까지 참 다양했습니다. 개성공단이 한창 활발히 가동될 때는 사람들로 북적이다가, 개성공단이 문을 닫자 점점 손님 발길이 줄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가게 이름은 ‘개성공단상회’입니다.

예스러운 이름의 가게는 12개 개성공단 조합사의 제품을 판매하는 협동조합이었죠. 지난해 7월 31일 서울 안국동에서 영업을 시작해서 한때 전국에 6개 지점까지 냈던 개성공단상회는 딱 1년 만인 지난달 31일 문을 닫았습니다. 문 닫은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개성공단 폐쇄로 더는 팔 물건이 없었기 때문이죠. 매달 1천만 원에 달하는 적자를 메울 길이 없었습니다. SBS 취재진은 개성공단상회의 살림꾼이었던 김진조 부장에게 가게를 폐쇄할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과 소회를 들어봤습니다. < 편집자 주 >


▷ 기자: 상회를 운영하신 지 딱 1년 만에 문을 닫으셨군요. 많이 아쉬웠겠어요?

▶ 김진조 부장:

네, 개성공단 폐쇄 이후로 물자공급이 제대로 안 됐죠. 그렇다 보니 그 동안 저희 개성공단상회 물품을 꾸준히 애용해주신 단골들께 원하는 상품을 공급하지 못 했습니다. 상회 폐쇄 결정이 됐을 때, 그분들이 가장 많이 아쉬워하셨죠.

▷ 기자: 단골들은 어떤 분들이었죠?

▶ 김진조 부장:

개업 초창기부터 이북이 고향인 분들이 주로 오셨어요. 해주나 개성, 평양이 고향이셨죠. 북한 노동자들이 만든 제품을 남한에서 판매한다니까 향수를 느끼고 싶어서 일부러 찾아오시는 분들이었죠. 오셔서는 북한에서 이제 이런 것도 만드느냐며 신기해하고,다양한 제품을 잘 만든다며 칭찬하셨죠. 아무래도 본인이 북한에 있었을 때와 많이 달라진 모습이 신기하셨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여기서는 그쪽 소식을 알기 어려우니까요. 그런데 이제 문 닫는다니까 많이 아쉬워하시더라고요.

▷ 기자: 유독 선호하는 상품이 있었나요?

▶ 김진조 부장:

그냥 고향 물건이라는 생각에 그때마다 이것저것 다양하게 사셨어요. 어르신들은 모자나 시계, 장신구 같은 게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하셨고요. 여성복도 잘 나갔습니다.

▷ 기자: 개성공단 상품만의 차별점이 있습니까?

▶ 김진조 부장:

사실 대한민국 상품이나 개성공단이나 ‘메이드인 코리아’라는 점에선 같아요. 자재나 품질 면에서 차이가 없다는 것이죠. 북한 노동자가 만들었느냐, 남한 근로자가 만들었느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그러나 가격 면에서 차이가 아주 커요. 우리는 중간유통이 없다 보니, 공장에서 나온 그대로를 가져와서 판매하죠. 그만큼 소비자가격이 내려가고요. 백화점 상품과 비교했을 때, 브랜드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뿐이지 자재나 품질만 놓고 비교하면 가격은 절반 이상 쌉니다.
▷ 기자: 어찌 보면 북한 노동자들이 만든 상품을 만나볼 수 있는 유일한 창이었는데, 이제 사라지게 됐군요. 심정은 어떠세요?

▶ 김진조 부장:

막막하죠. 가장으로서 책임져야 할 가정이 있는데, 직장을 잃게 생겼으니까요. 솔직히 개성공단 폐쇄 이후, 운영이 힘들 것이라는 예상은 했으나 폐점까지 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그동안 개성공단의 역사가 정치적인 부침이 있었지만, 남과 북을 이어주는 화해의 통로였잖아요. 그런데 공단이 폐쇄되고 이 지경에 이를 거라곤 상상도 못 했죠.
 
▷ 기자: 폐점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는요?

▶ 김진조 부장:

개성공단 폐쇄 이후 물자 공급이 끊겼어요. 가게에 물건이 없어서 팔 수 없는데, 더는 무슨 수로 이익을 창출하겠습니까? 판매할 물자가 없다 보니 자금난이 가장 크죠. 개성공단상회는 개성공단 진출 기업들이 모여서 만든 곳입니다. 조합원들은 이미 개성공단 폐쇄로 1차 피해를 본 상태고, 이번 개성공단상회까지 2차 피해를 봤죠.

▷ 기자: 지금까지 손해가 어느 정도 되죠?

▶ 김진조 부장:

개성공단 폐쇄 전까지 상회의 월 매출이 1억에서 1억 2천만 원 사이였다고 하면 폐쇄 이후 1억 원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반면 임대료부터 직원들 월급은 꾸준히 나가다 보니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난 2월부터 운영손실은 월 1천만 원씩 꾸준히 발생했죠.

▷ 기자: 조합원들이 개성공단상회에 이토록 애착을 갖는 이유가 있나요?

▶ 김진조 부장:

개성공단은 원가 경쟁력도 좋고,잘 안 알려져서 그렇지 북한 인력들이 손기술이 굉장히 좋아요. 국내에 일반 OEM 기업의 제품들과 견줘도 손색이 없어요. 국내에서 다 ‘메이드 인 코리아’로 판매해서 그렇지 국민이 쓰는 제품 중 개성공단에서 만들어진 것들이 많을 거예요. 그런데 그저 국내 어느 공장에서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개성공단 제품인지 잘 모르잖아요. 따로 표시된 것도 아니고요. 저희는 그런 걸 너무 잘 알고 있다 보니 알려 드리고 싶었어요.

▷ 기자: 그 정도의 경쟁력이 있다면 해외 진출은 생각해보지 않으셨나요?

▶ 김진조 부장:

제의는 있었죠. 안국점에는 외국인이 많이 방문하니까요. 어느 날은 미국인이 저희 제품 보고 너무 좋다고 미국에 가게를 따로 낼 테니 물품을 공급해 달라고 요청했고, 일본에서도 매장을 내고 싶다고 물품을 공급해달라 했어요. 심지어 중국에서는 온라인 쇼핑몰 제의가 들어와서 진행 중이기도 했죠. 이미 외국에서는 개성공단 제품의 가치를 크게 봤어요. 하지만, 외국에서 북한은 정식 국명이 없어요. 제도적으로 개성공단 제품을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명칭을 써서 수출할 수도 없고요. 그런 한계가 있었습니다.

▷ 기자: 개성공단 폐쇄 때 정부 측에서 입주기업들의 피해보상을 언급했던 것으로 아는데, 개성공단상회는 빠진 건가요?

▶ 김진조 부장:

정부 얘기로는 개성공단에 직접 진출한 기업과 그 안에서 영업한 기업에만 보상하겠다고 밝혔죠. 그 외에 저희 같은 2차 피해 기업들에는 보상 이유가 없다는 거예요. 그러니 이렇게 문을 닫을 수밖에요.

▷ 기자: 앞으로 재기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 김진조 부장:

여태까지 운영해온 명맥을 잇자는 의미에서 재단 이름을 남겨둔 것뿐이지 사실상 폐점이 맞습니다. 폐점 세일 기간 찾아오신 단골 분들의 90%가 폐점의 이유와 다시 돌아올 건지 물어보시더라고요. 그저 죄송할 뿐이죠. 이름은 남겨둔 이상 언제가 다시 재기가 될 수 있을 거라 말씀드리긴 했지만, 저도 그러길 바랄 뿐입니다. 그래도 재고 물품을 다 팔 때까진 가게를 열어둘 예정입니다.
기획·구성: 임태우, 김미화 / 디자인: 정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