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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압수한 고춧가루 관리부실, 국가가 손해 배상"

민경호 기자

입력 : 2016.07.29 12:12|수정 : 2016.07.29 13:23


수사기관이 범죄 증거로 확보한 식품 압수물의 보관을 잘못해 손해가 났다면 그 피해를 보상하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 윤강열 부장판사는 "수사·재판 기간에 압수당한 고춧가루 12t을 못 쓰게 됐다"며 농산물 제조·가공업체 D 사와 이 회사 대표 임 모 씨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습니다.

임 씨는 중국산과 섞은 고춧가루를 '국내산 100%'로 허위 표시해 유통한 혐의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검찰 수사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임 씨와 회사는 1심과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대법원에서 뒤집혀 2014년 10월 말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품질관리원은 수사 당시 임 씨가 거래처에 납품했던 고춧가루 12t을 압수해 농협 냉동창고에 위탁 보관하다가 무죄 확정 이후 거래처들에 다시 돌려줬습니다.

하지만 이미 고춧가루의 유통기한인 1년이 지나 전량 폐기해야 할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거래처들은 이 고춧가루를 다시 임씨 회사에 반납했습니다.

임 씨는 정부를 상대로 "품질관리원의 불법행위로 거래처와의 거래가 끊기는 등 매출이 감소했다"며 1억 3천만 원 상당의 위자료와 폐기 상태가 된 고춧가루의 시가 1억 6천여만 원을 보상하라고 소송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의 수사 과정 자체는 불법행위라고 할 수 없다며 임 씨의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압수한 고춧가루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1억 6천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으로서는 단순히 이 고춧가루를 냉동창고에 위탁 보관할 것이 아니라, 재감정에 필요한 양을 제외한 나머지 고춧가루를 적절한 시점에 매각해 그 대가를 보관했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단기간 내에 부패하거나 가치가 현저히 떨어질 가능성이 큰 식품 압수물은 추후 되돌려줄 때를 대비해 압수물의 경제적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조치를 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고춧가루를 방치해 그 상품가치를 상실하게 한 것은 직무 집행상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라며 "상품가치 상실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고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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