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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올림픽 남유선 "물에 들어가면 아직도 설레요"

입력 : 2016.07.29 05:26|수정 : 2016.07.29 05:26


"물에 들어가면 즐겁고 아직도 설레요." 서른한 살 수영 국가대표 남유선(광주시체육회)이 숨을 참아가며 여전히 물살을 가르는 이유다.

남유선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개인혼영 200m에 출전한다.

대표 선발전에서 국제수영연맹(FINA)이 정한 올림픽 A기준기록을 통과해 당당히 리우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남유선에게 다음 달 개막하는 리우 대회는 자신의 네 번째 올림픽이다.

15세이던 2000년 시드니 대회에 처음 출전한 뒤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대회에 이어 이번에 8년 만이자 네 번째 올림픽 출발대 위에 서게 됐다.

올림픽에 4번이나 출전하는 한국 수영선수는 남유선과 4회 연속 나서는 박태환이 전부다.

여자 선수들은 보통 20대 중반이면 국가대표는커녕 선수 생활도 끝내는 한국 수영의 현실을 고려하면 남유선의 리우올림픽 출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유선은 일찌감치 한국 수영사를 새로 쓴 선수다.

남유선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 개인혼영 200m에서 8명이 겨루는 결승에 올라 7위를 차지했다.

한국 수영이 올림픽 결승 진출 선수를 배출한 것은 1964년 도쿄 대회 때 처음으로 경영 종목에 도전장을 내민 이후 40년 만의 일이었다.

남유선 이전에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가 거둔 가장 좋은 성적은 2000년 시드니 대회 때 여중생이던 구효진이 여자 평영 200m에서 기록한 11위였다.

남유선 이후 박태환이 2008년 베이징 대회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 자유형 2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하고 2012년 런던 대회 자유형 400m와 200m에서 차례로 은메달을 땄다.

하지만 그 뒤로 올림픽 결승을 뛰어본 한국 수영선수가 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남유선은 28일(현지시간) 리우에서 첫 훈련을 했다.

전날 한국 선수단 본진과 리우에 도착한 그는 올림픽 아쿠아틱스 스타디움 보조수영장에서 대표팀 후배들과 함께 몸을 풀고 물 감각을 익혔다.

남유선은 16년 전 첫 올림픽은 경험 삼아 뛰었다.

19세 때 치른 두 번째 올림픽에서는 기록 경신을 목표로 세웠고,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한국수영 사상 첫 결승 진출도 이뤘다.

스물세 살 때의 세 번째 올림픽에서도 다시 기록 경신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이후 네 번째 올림픽은 아예 생각하지도 않았다.

나이도 적지 않은 데다 올림픽 출전에 대한 동기 부여도 쉽지 않다 보니 한 걸음 더 나아가지 못하고 현실에 만족하는 선수가 됐다는 것이 당시 남유선의 자신에 대한 평가다.

런던올림픽이 열린 2012년에는 결혼 생각도 있었고, 선수 생활을 그만둘 생각까지도 했다.

그러다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4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대회라 몸에 부담도 덜하고 환경도 익숙하리라는 생각을 하고 선발전을 준비했는데 기회가 왔다.

다시 올림픽 출전에까지 욕심을 내게 된 것은 지난해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해서다.

남유선은 "나보다 나이도 많은 선수도 있고 유모차에 아이를 재워놓고 훈련하는 엄마 선수도 있더라"면서 "수영에 새로 눈을 뜬 기분이었다"고 당시 받은 신선한 충격을 떠올렸다.

그는 "나이 때문에 지레 겁먹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아직 수영이 좋고 경기력이 유지된다면 기회가 주어졌을 때 한 번 더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남유선은 선수 생활을 오래 할 수 있는 비결을 묻자 "멀리 보고 가지 않아서"라고 힘줘 말했다.

"멀리 보고 가면 지칠 수 있고, 목표가 크면 이루지 못했을 때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수영은 자기와의 힘든 싸움을 이겨내야 하는 종목이다. 그날그날 최선을 다하다 보면 쌓이는 게 있기 마련이다"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한 남유선은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고려대 대학원에서 생리학 석사과정을 밟고 논문제출만 남겨놓은 상태다.

남유선은 "오래 한 만큼 보이는 것도 많아졌다"면서 "여건이 갖춰지면 지도자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수영은 개인적 특성이 강해서 어느 게 정답이라고 할 수 없다. 자기만의 질문지와 답지를 많이 가진 선수가 행복한 선수다"라면서 "수영을 정말 좋아하는 후배들이 있다면 좋은 참고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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