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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값 3만 원, 장사 불가"…외식업계 비상

입력 : 2016.07.28 14:32|수정 : 2016.07.28 16:50


헌법재판소가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다는 소식에 외식업계는 일제히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호텔업계는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면서도, 사회적인 분위기상 영업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외식업 매출 4조2천억 감소 전망…"법 개정 강력촉구"

특히 일부 고급 한정식집들은 식사 금액 상한선이 3만원인 김영란법이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장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앞서 5월 업종별 영향을 추산한 결과, 한정식의 61.3%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식당 10곳 중 6곳이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란 추정이다.

1인당 대부분 3만원대를 훌쩍 넘는 한정식은 인건비, 재료비 등 생산비가 많이 투입돼 가격 인하가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한식당 대부분은 특색있는 고급 한정식을 제공하고 있는데, 대부분 점심이 3~4만원, 저녁은 이보다 훨씬 비싼 경우가 많아 3만원 이하로는 운영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종로구 일대에 있는 일부 고급 식당에서는 벌써부터 인건비 절감을 위해 주방장이나 종업원을 일부 내보내고, 업종 전환을 고려하거나 가게를 아예 내놓은 곳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 서울 종로구 수송동의 유명 한정식집 유정(有情) 역시 이달 중순 문을 닫고 베트남 쌀국수집으로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다.

유정은 박정희 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과 정치인, 고위 공무원, 기업인, 언론계 인사들이 자주 찾던 곳으로 유명하지만 정부부처들이 세종시로 옮겨가고 난 뒤 적자가 계속된 데다 김영란법의 영향이 더 클 것으로 판단돼 60여 년 만에 간판을 바꿔 달기로 한 것이다.

생계형 자영업자가 대부분인 외식업계 특성상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운 마당에 김영란법이 더 찬물을 끼얹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공무원, 국회의원,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 등의 식사 접대 한도를 3만원으로 제한한 김영란법 시행으로 음식점 수요는 연간 3조원에서 최대 4조2천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지금도 두 사람이 삼겹살에 소주 한잔씩 하면 3만원이 훌쩍 넘어간다"며 "물가가 이런 실정인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매출 하락은 불보듯 뻔한 일이고 매출 하락은 곧 폐업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의 정당성을 가지고 논의하는 게 아니라 법의 취지와 달리 묵묵하게 생업에 종사하던, 우리 서민경제의 근간이 되는 자영업자들이 피해의 직격탄을 맞는다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농축산업계와 화훼농가 등 관련 단체들과 연대해 김영란법 시행을 연기하거나 적용 대상 예외 항목을 늘리는 등의 법 개정을 촉구할 계획이다.

◇ 호텔업계 "직접 영향 적지만…영업위축 불가피"

호텔업계는 식당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미미해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때문에 영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회사나 언론사들이 밀집한 광화문 일대 호텔 내 레스토랑의 경우 매출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서울시내 A 호텔 관계자는 "호텔에서 공직자가 식사하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공직자가 점점 식사 접대를 안 하게 되면 일반 기업들도 안 하게 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메뉴 가격 자체를 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의가 내부적으로 있기는 했다"며 "그러나 식재료나 인건비가 너무 비싸서 가격을 단기간에 낮추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호텔의 경우 3만원으로 먹을 수 있는 식사는 없어 아무래도 영업 위축이 불가피할 것 같다"며 "현재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고민만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호텔에서 판매하는 와인, 양주 등 고가 선물세트 판매는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영란법은 선물 금액의 상한선을 5만원으로 잡고 있는데 호텔 선물세트의 경우 10만원대 이상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한 호텔의 경우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를 고려해 당장 올 추석부터 저가 상품을 예년보다 많이 선보인 곳도 있다.

이 호텔 관계자는 "이번 추석 선물을 전보다 빨리 출시했고 과자 세트 등 5만원 이하 상품 비중을 늘렸다"며 "그러나 호텔 선물은 셰프들이 재료를 재가공하는 형태가 많아 단가를 무조건 낮추기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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