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경자 화백 1주기 추모전에 전시된 '뉴델리'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제공/연합뉴스)
천경자 화백 1주기를 맞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추모전의 작품 한 점이 위작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미술품 감정 전문가인 이동천 박사는 자신의 책 '미술품 감정비책'에서, 서울시립미술관이 개인소장자에게서 대여해 전시중인 작품 '뉴델리'가 위작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 박사는 '뉴델리'를 위작으로 판정한 이유로, 먼저 서명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 박사는 '뉴'자의 'ㅠ'왼쪽 획이 바깥쪽으로 삐쳐 있다며, 천 화백의 다른 서명 10여점과 비교해도 이렇게 왼쪽 획이 밖으로 삐친 사례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위작으로 지목한 '뉴델리'의 서명에는 덧칠한 흔적도 있다며, 천 화백은 서명에 오타가 있어도 고치지 않을 정도로 서명을 한 번에 끝내는 습관이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천 화백은 1981년 작 '폭풍의 언덕'을 '억덕'으로 잘못 썼지만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두기도 했습니다.
이 박사는 문제의 서명에서는 개칠한 흔적인 안료 뭉침 현상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서명 아래 작은 점이 찍혀 있는데, 이는 서명을 지우고 그 위에 다시 서명한 흔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글씨를 쓰는 속도나 필획의 성격도 천 화백의 것이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1979년을 한문으로 표기한 '一九七九'에서 '七'은 느린 속도로 쓴 글씨로 마지막 필획의 끝이 아래로 향하듯 멈춰있는데, 비슷한 시기에 쓴 같은 글자는 모두 필획의 끝이 위로 향한다는 설명입니다.
이 박사는 또 천 화백의 다른 그림에서 발견되는 검정색이나 고동색 펜 드로잉 흔적이 '뉴델리'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이 박사는 "이 작품이 전시관 구석에 있어 사람들 눈에 잘 안 띈다"며, "이렇게 놔뒀다가는 추모전에 전시작이 걸렸다는 빌미로 '신분 세탁'을 하게 될까 봐 문제를 제기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립미술관 측은 개인 소장자가 진품 확인서를 첨부했고 소장 경로가 확인된 작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작품 소장자 측은 자신이 직접 1980년대 초에 천경자 화백에게서 받은 그림이라며, 작품의 진위를 서명만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