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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취재파일] 이웅열 코오롱 회장의 17년 고집

입력 : 2016.07.20 14:04|수정 : 2016.07.20 14:04

외환위기때 바이오사업 진출···관절염치료제 신약 결실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한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의 임상시험 3상이 끝나면서 지난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습니다. 이르면 내년 초에 세계 최초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가 출시될 예정입니다. 약을 먹거나 바르면서 통증을 완화하는 게 아니라 주사 투여로 관절염 치료의 길이 열린 겁니다. 2014년 기준 국내에서만 퇴행성관절염 환자가 255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섬유화학기업으로 알려진 코오롱그룹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17년, 앞으로 생산공장 등에 들어갈 자금까지 수천억원이 투입됐다는 점입니다. 

● IMF 외환위기 그룹 구조조정 외중에도 바이오사업 진출

코오롱그룹의 바이오사업은 1996년부터 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웅열 회장이 주도했습니다. 코오롱은 섬유와 화학에 특화된 그룹입니다. 회사 이름도 '한국나일론(Korea Nylon)'의 줄임말로 이원만 창업주는 1954년에 국내에 처음으로 나일론을 들여온 인물로 유명합니다.

1956년생, 만 40세 젊은 나이에 그룹 지휘봉을 받은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어떤 성장동력을 찾을지 주목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IMF외환위기를 맞습니다. 그룹의 '캐시카우'로 기대되던 신세기통신을 SK텔레콤에 매각하는 등 26개 계열사를 15개로 줄이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게 됩니다.

이 와중에 이 회장은 바이오사업에 뛰어듭니다. 1999년 미국에 바이오사업을 위한 법인을 설립한데 이어 2000년에 '티슈진'이란 바이오제약 회사를 만들어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기 시작합니다. 티슈진은 관절염 치료제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명입니다. 한국보다 미국에 먼저 법인을 설립한 것은 바이오 산업의 글로벌화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었습니다. 이후 티슈진은 2006년에 코오롱생명과학으로 회사 이름을 바꿉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투자비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치료제 개발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 왔지만,
이 회장은 "미래 먹거리를 버릴 수 없다"고 버텼습니다.

이렇게 17년을 투자한 사업이 결실을 맺자 이 회장은 코오롱생명과학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1100억원 유상증자에 사재를 털어 85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올해부터 2018년까지 3년간 1300억원을 투자해 생산체계를 갖추고, 또 다른 신약 개발에 나설 예정입니다.

항암제와 암치료백신 개발에 나설 계획인데, 이웅렬 회장은 또 얼마나 인고의 세월을 보내게 될까요?    

(SBSCNBC 황인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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