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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귈렌을 넘겨라"…뒤통수 맞은 美

심우섭 기자

입력 : 2016.07.17 20:20|수정 : 2016.07.17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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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쿠데타 위기를 넘긴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3년 처음 총리에 올랐습니다. 총리를 3차례 연임하고는 연임 금지 규정을 피해 2014년 대통령이 됐습니다. 벌써 14년째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데, 이번 쿠데타를 구실로 정적을 모두 숙청하고 공고한 독재를 구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습니다. 서방 세계 지도자들이 당장 에르도안에게 법을 준수하라고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심우섭 기자입니다.

<기자>

정적을 내게 넘겨라.

쿠데타 진압 뒤 처음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에르도안 대통령이 우방국 미국에 보낸 제 일성입니다.

미국에 망명 중인 이슬람 학자이자 반정부 인사인 귈렌을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하고 신병 인도를 요구했습니다.

[에르도안/터키 대통령 : 터키는 그동안 미국이 요구한 테러리스트 추방 요구를 거절한 적이 없습니다. 귈렌을 터키로 넘겨줘야 합니다.]

시종일관 에르도안 편을 들었던 미국으로선 뒤통수를 맞은 셈입니다.

[존 캐리/美국무부 장관 : 터키 정부가 철저한 조사를 통해 귈렌이 범법 행위를 했다는 적법한 증거를 제시한다면 미국은 그것을 수용하고 검토한 뒤 적절한 판단을 내릴 것입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서방 지도자들은 쿠데타 수습과정에서 민주주의와 법치가 준수돼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쿠데타에는 반대했지만, 쿠데타를 빌미로 한 숙청과 독재는 용인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인남식/국립외교원 교수 : 서방 세계는 지금 에르도안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이슬람 강화현상이라든지 국제 공조에서 이탈하는 모습에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죠.]

유럽과 중동을 잇는 교두보인 터키는 이른바 '위치 권력'을 최대한 활용하며 서방권의 IS 격퇴전선에 동참했습니다.

이번 쿠데타를 서방국가들이 지지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정적인 귈렌을 넘겨주지 않을 경우 미국도 적국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에르도안 정권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귈렌의 송환문제가 IS 격퇴전선은 물론 향후 국제 정세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영상편집 : 오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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