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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대박' 라인, 동일본 대지진 폐허서 피어난 꽃

입력 : 2016.07.15 14:52|수정 : 2016.07.15 14:52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네이버 자회사 라인을 두고 외신들은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를 자주 언급하고 있다.

네이버가 라인을 일본 제1의 모바일 메신저 회사로 키운 계기가 바로 대지진이었기 때문이다.

지진 발생 직후 교통이 마비된 상황에서 사람들은 휴대전화 통화나 문자메시지를 사용할 수 없었다.

순간적인 통신망 과부하 탓에 전화가 먹통이 됐다.

사람들은 가족들에 자신의 생사를 알리기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문자메시지 대신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했다.

네이버는 이들을 목격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구상했다.

그렇게 나온 것이 라인이었다.

네이버는 지진이 발생한지 불과 3개월 만에 라인 서비스를 개시하고 지난 5년 동안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키우는 데 성공했다.

이데자와 타케시 라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한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지진이 강타한 직후 사람들을 보고 메신저 앱에 집중하자고 결정했고, 매우 빠르게 움직였다"고 회고했다.

한게임재팬, 네이버재팬을 NHN재팬으로 통합한 네이버는 NHN재팬 회사 이름을 아예 자사 서비스명인 라인으로 변경하고 서비스 현지화에 박차를 가했다.

그동안 네이버는 인적·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네이버는 라인 대표를 일본인으로 선임했으나 한국에서 전문가를 다수 파견해 경영에 관여하게 했다.

이번 상장으로 돈방석에 앉은 신중호 최고글로벌경영자(CGO)도 그중 하나다.

스타트업 '첫눈'의 핵심 개발자이자 검색 서비스 전문가였던 신 CGO는 회사 피인수로 네이버에 합류한 뒤 2008년 일본에 파견됐고, 네이버톡을 발전시켜 라인의 산파 역할을 했다.

라인의 상장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14년 7월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 신청서를 제출하며 기업공개(IPO) 의지를 드러냈지만, 회사 안팎의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외국 IT 회사들의 상장 추이, 해외 증시 분위기 등을 지켜보면서 상장 시기를 저울질해온 라인은 작년 하반기부터 마케팅 비용을 축소하는 등 구체적인 상장 준비에 들어갔다.

네이버는 황인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라인 CFO로 보내 상장 작업을 진두지휘하게 했다.

지난달 말 공모가 밴드 결정을 앞두고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사태가 발생해 관련 일정을 하루 연기하는 등 막판까지 피를 말리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동일본 대지진 직후 씨를 뿌리고서 이날 상장으로 5년 만에 꽃을 피운 라인은 이제 '갈라파고스화' 우려를 극복하고 일본과 일부 동남아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라인의 성장 과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한국에 뿌리를 둔 라인이 외국에서 독자 서비스로 인정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대지진 직후부터 오늘까지의 회사 변화가 격세지감"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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