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고(Go)'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관심을 끌고 있는 증강현실(AR) 기술이 국내에서 이미 3~4년 전에 개발됐지만 상용화하지 못하고 일부 영역에서만 사용되고 있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관련 업계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에 따르면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2009년 문화콘텐츠산업 기술지원 사업 과제 중 하나로 모바일 AR 기술 개발을 선정했다.
이에 KIST는 주관 기관으로서 '모바일 혼합현실 기반 체험 투어 기술 개발'을 목표로 2009년 4월부터 2013년까지 4년간 참여기관 및 기업 10곳과 함께 기술 확보에 나섰다.
이 기술은 스마트폰을 통해 AR 등을 활용해 박물관이나 관광지 등에서 더욱 실감 나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정부 예산과 투자 등 약 120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기술 개발에 참여한 관계자는 "위치와 유물 등의 인식 기반을 활용한 기술"이라며 "위치정보시스템(GPS) 등을 활용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AR기술 개발이 시작되던 당시는 스마트폰이 지금처럼 대중화하기 전이지만, 사용자의 위치를 기반으로 한 AR 기술이 주목받으며 전 세계에서 연구가 시작되던 때이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위치 기반 기술, 실외 영상 인식 기술 등이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부족했기에 콘진원과 KIST 등이 협력해 개발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참여 기업이었던 KT의 지도를 활용해 실외는 물론 박물관과 같은 실내에서도 AR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현재 관광 분야에서 일부 쓰인다"고 말했다.
사용자의 위치를 기반으로 주변의 사물을 인식하고 관련 콘텐츠를 보여주는 기술은 '포켓몬 고' 게임의 밑바탕이다.
현실 속 특정 장소에 포켓몬 캐릭터가 나타나는 식이다.
국내에서 이 기술을 더 널리 응용하려는 생각만 했다면 '포켓몬 고'가 국내에서 나올 수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과제가 종료된 2013년 이후 지금껏 이 기술은 일부에서만 쓰인다.
KIST 관계자는 "기술적인 내용만 보자면 '포켓몬 고'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며 "이러한 기술이 '포켓몬'이라는 특수한 콘텐츠를 만나 반향을 일으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역시 '타요', '뽀로로' 등 훌륭한 콘텐츠가 충분하다"면서 "게임업체 등이 관심을 가진다면 국내에서도 '포켓몬 고'를 내놓는 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사진=게티이미지/이매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