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행정부 들어 북미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이 최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을 처음으로 인권제재 대상으로 삼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를 조기에 확정하면서 대북 압박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고, 이에 맞서 북한은 11일(현지시간) 미국의 잇단 조치를 선전포고로 간주하며 양국 사이에 유일하게 존재해 온 접촉통로인 '뉴욕 채널'을 완전히 차단했다.
양측이 '강 대 강 대결구도'로 나서면서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한 모양새다.
물론 미 정부는 인권제재와 대화는 별개라며 여전히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북한의 반발로 볼 때 대화 재개는 쉽지 않은 형국이다.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6개월가량 남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임기 내 북미대화 복원, 6자회담 재개 등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사드 배치에 대해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가 강력히 반발하면서 한미일과 북중러 간의 신(新) 냉전구도까지 형성될 조짐마저 보여 북핵 문제 해결이 더욱 요원한 것은 물론 한반도의 긴장 수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날 사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이 과제를 후임자에게 넘길 가능성이 더 크다"고 밝혀 오바마 정부 내 협상복원 가능성을 낮게 봤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들도 "현재로서는 당분간 북미 간의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되면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이 '적과의 악수'를 천명한 3개국 중 유일하게 북한만 미해결 과제로 남겨두는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 이전부터 이란, 쿠바, 북한을 거론하면서 적과의 악수를 하겠다고 공언했으며 현재 쿠바와는 반세기 만에 관계를 복원했고 이란과도 역사적인 핵 합의를 계기로 관계 정상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현 정부가 북미대화나 6자회담 재개가 어렵다는 분석에 무게를 뒀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상시 유일한 접촉창구였던 뉴욕채널까지 닫은 데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동북아 담당 선임연구원은 이날 논평에서 "북한의 반응은 예상했던 것이지만 모든 채널을 끊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뉴욕 채널은 양측간 소통, 또 어떤 구상과 제안을 테스트해보는 중요한 창구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은밀한 비공식 채널을 갖고 있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북한의 이런 조치는 비생산적이다. 북한에 대한 관광중단을 초래하고 외자 유치를 어렵게 해 (핵-경제) 병진정책을 더욱더 실패하게 만들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미 간 또는 6자회담 재개 가능성에 대해선 "현재 광적으로 미사일 실험을 하고 핵보유국을 선언한 북한과는 유용하게 대화할 것이 없다. 특히 평화협정 협상을 얘기하는 것은 터무니없다"면서 "북한은 먼저 이전의 비핵화 약속들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아울러 "현재로서는 북한을 뺀 5자회담이 최상의 길"이라며 5자회담 추진 필요성 제기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은 "북한의 지속적인 위협과 기존의 비핵화 약속 거부는 북한 정권이 의미 있는 대화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북한의 광범위한 인권유린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북한 정권의 본질이 어떤 것인지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사드 위치 확정 단계부처 물리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북한의 공언과 관련해 "사드 배치가 왜 필요한지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사드가 없다면 한국은 북한의 핵무기와 생화학 무기 공격에 더욱 취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