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부실채권을 떠안고 있는 이탈리아 은행들이 유럽 경제 전체를 위협하는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 나라 권역) 재무 장관들이 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동해 이탈리아 은행 문제를 논의했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의장은 회동이 시작되기 전에 "이탈리아 은행이 처한 위기는 막대한 부실채권(NPL)과 연관된 것이므로 급하지 않다"며 "부실채권 문제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우리는 이 문제를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데이셀블룸 의장은 "해결책 도출은 항상 규제의 틀 안에서 가능하다"며 "이탈리아 은행 상황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있으며, 이탈리아와 유럽 당국은 규제의 테두리 안에서 해법을 찾기 위해 건설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재자본화를 위해 공적 자금을 요청하는 은행 등이 나올 것이지만 우리는 이런 행태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왜냐하면 부실 은행에 대한 공적 자금 지원은 납세자들에게 타격을 주고, 이미 막대한 빚을 안고 있는 나라에 빚을 보태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개별 은행의 문제는 개별 은행에 의해, 은행 자체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이탈리아 정부가 3천600억 유로에 달하는 부실채권을 부담하며 벼랑 끝에 몰려있는 자국 은행들을 지원하기 위해 4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투입하기로 하고, EU의 승인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EU는 그러나 정부가 구제금융을 하기 전에 기업부실에 따른 비용을 납세자가 아닌 채권자가 우선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채권의 일부를 상각하거나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규정을 내세우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이와 관련, 이탈리아 정부가 EU 규정을 충족하기 위해 지난 4월 부실은행 지원을 위해 창설된 민간 구제기금 '아틀란테'의 후속인 '아틀란테 2'를 만들어 부실이 가장 심각한 이탈리아 3위 은행 '방카 몬테 데이 파스키 디 시에나'(MPS)의 부실채권 100억 유로를 흡수할 계획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부실채권 흡수 이후 재자본화 등 추가 조치를 통해 은행을 안정시킨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밀라노 증시에서 MPS의 주가는 유로존 재무 장관 회의에서 이탈리아 구제금융에 전향적인 입장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낙관론이 대두되며 한때 8.8% 급등하기도 했다.
미셸 사팽 프랑스 재무장관은 유로존 재무 장관 회의를 앞두고 "규정이 약화되서는 안되지만, 지혜롭게 적용돼야 한다"며 "(이탈리아에)연대를 표현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고 말해 이 같은 낙관론에 힘을 실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12일에도 잇따라 만나 이탈리아 정부가 추진 중인 은행 구제금융 투입 계획을 포함해 EU 금융기관 구제 방안을 논의한다.
이탈리아 측에서는 이 자리에 피에르 카를로 파도안 이탈리아 경제장관이 참석해 이탈리아의 은행 지원 계획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