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주범' 신현우 "검찰 주장에 이견"…일부 부인

가습기 살균제 사태 책임자로 지목된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 대표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법적인 의무(주의의무)가 있었는지에 대해 검찰과 이견이 있다"며 재판에서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최창영 부장판사) 심리로 11일 열린 4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신 전 대표측 변호인은 "검찰이 주장하는 여러 주의의무의 존재 여부나 그 정도에 대해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또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제조·판매 당시 누구나 인정하는 위험한 물질이었는지에 대해서도 (검찰 측) 공소사실과 이견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상황이 오래 전이기 때문에 기록을 확인 중"이라며 "신 전 대표에게 주의의무 자체가 없었다거나 있었더라도 모두 이행했다는 취지는 아니고 일부 입장이 검찰과 다르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재판이 시작된 이래 신 전 대표 측이 혐의와 관련해 입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 전 대표 측은 앞선 3차례의 공판준비기일에서 "수사기록의 양이 방대해 아직 복사하지 못했다"며 의견 표명을 유보했다.

또 다른 유해 가습기 살균제 제조회사인 세퓨와 이 회사 오모(40) 대표 측은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19일 다시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증거에 대한 피고인들의 의견을 확인할 예정이다.

만약 이날까지도 피고인들이 혐의 인정 여부를 밝히지 않으면 늦어도 27일까지 서면으로 입장을 확인하고 다음달 1일 첫 공판기일을 열 방침이다.

신 전 대표 등은 2000년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제조·판매하며 제품에 들어간 독성 화학물질 PHMG의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아 사망자 73명을 포함한 181명의 피해자를 낸 혐의(업무상 과실치사 등)로 지난달 1일 기소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