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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김치 없인 못 살아? 6년째 수입국인데…

임태우 기자

입력 : 2016.07.09 16:12|수정 : 2016.07.11 11:09


6년째 적자를 보는 게 있습니다. 우리가 종주국인데도 말입니다. 바로 ‘김치’입니다.

김치 수입이 수출을 앞선 것은 2010년부터입니다. 지난 2010년 김치 수출은 1,137억 원, 수입은 1,179억 원을 기록하며 42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내내 적자 행진을 계속했던 것이죠. 무엇보다 김치 수입액이 크게 늘어난 탓이 큽니다. 지난 2005년 500억 원 규모였던 수입액은 2015년에는 1,200억 원으로 대략 10년 새 두 배 이상 커진 것이죠.

우리나라는 김치 종주국이 되기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죠. 지난 2001년 우리 김치를 국제식품규격위원회의 국제규격으로 채택시켰고, 2013년에는 김장 문화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김치 무역 만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명예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 한국 식탁 점령한 중국산 김치…왜?

10년 새 두 배나 늘어난 수입 김치의 국적, 어디일까요? 99.9%가 중국입니다. 물밀듯 밀려 들어오는 중국산 김치는 이제 우리 식탁을 상당 부분 잠식했습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의 국정감사 자료를 살펴보면 식당에서 먹는 김치의 52%가 중국산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급식시설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등 김치 소비량이 많은 식당의 90% 이상은 중국산이었습니다.

중국산 김치가 빠르게 확산하는 건 국내 김치와 비교해 확실히 싼 가격 때문입니다. 지난해 김치 수입 단가는 1kg당 0.5달러(572원)이었습니다. 유통과정까지 포함하더라도 중국산 김치의 가격이 국산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대량으로 김치를 필요로 하는 외식업체나 급식시설은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신통치 않은 김치 '수출'

김치의 수출 상황도 신통치 않습니다. 수출 규모는 2012년 1,200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김치를 세계 66개 나라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주요 수출 대상국은 일본과 미국, 홍콩, 대만인데 단연 1위는 일본입니다. 우리나라 수출 김치의 일본 의존도가 지난 2010년 84.2%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본 의존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60.6%로 뚝 감소했죠. 대일본 수출의 절대 액수조차 지난 2010년 8,278만 달러에서 2015년 4,455만 달러로 줄었습니다.

이는 무엇보다 엔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환율의 영향이 큽니다. 일본 기업의 수출을 활성화하려는 아베노믹스의 환율 정책이 반대로 우리나라의 김치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일본 내 혐한 분위기가 확산하며 한국 김치의 매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 만년 '무역적자'…종주국으로서의 희망은?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김치 종주국임을 증명할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수입에서 중국과 가격 경쟁 면에서 상대가 안 된다면, 결국 수출에서 답을 찾는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김치가 우수하다는 것을 외국에 알리는 길이기도 하죠.

수출 대부분을 차지했던 일본 점유율은 줄어들었지만, 영국이나 네덜란드, 뉴질랜드 등 서양 국가들에 대한 수출량은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통 김치는 빨간 고춧가루투성이에 마늘 냄새가 가득합니다. 이러한 김치를 세계인의 입맛에 맞게 개발하는 게 최우선의 과제입니다. 실제 미국에서는 마늘 냄새와 고춧가루, 염분을 줄여 현지인 입맛에 맞춘 김치 제품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덕분에 지난해 수출액은 지난 2014년보다 8.9% 상승했죠.

이 밖에도 김장문화가 없는 외국에 소포장 제품을 개발하거나 김치 수출에 ‘스토리 텔링’ 기법을 적용하자는 등의 다양한 해법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 박채린 / 세계김치연구소 본부장 ]

“김치의 수출 진흥을 위해선 이탈리아 피자의 성공처럼 스토리의 힘이 필요합니다. 김치 역시 그 문화가 함께 자리를 잡아 종주국으로서의 위치가 공고해지면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될 것입니다.”

수출에서 명확한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김치 종주국의 명예는 일본의 ‘기무치’나 중국의 ‘파오차이’에 넘겨줄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기획·구성: 임태우·김다혜 / 디자인: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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